환경과 에너지

[중앙일보] 리튬, 2차전지, 이차전지, 배터리,

FERRIMAN 2021. 2. 16. 10:04

[분수대] 리튬이온

입력 2021-02-15 00:19:44

 

원자번호 3번. 가장 가벼운 금속. 바로 리튬(lithium)이다.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은 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가장 간단한 약제다. 호주 의학자 존 케이드(1912~1980)는 리튬이 기니피그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연구를 이어간 케이드는 직접 리튬을 복용해 안전성을 확인했고, 1948년 조증 환자에게 처음으로 리튬을 투여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5년 동안 증상이 개선되지 않던 환자가 리튬 복용 5달 만에 퇴원한 것이다. 그는 1949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리튬이 조울증을 치료하는 원리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약효 때문에 조울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로 자리 잡았다. 환자는 탄산리튬 형태로 복용하지만 독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혈중 리튬이온 농도가 치료 농도라 하더라도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제약사 경고 문구엔 리튬을 처방할 경우 혈중 리튬이온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적혀있다. 

리튬은 마음을 치료하는 금속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금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배터리에 흔히 쓰인다. 리튬이 배터리 시장을 제패한 건 무게와 관련이 있다. 가장 가벼운 금속이기에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엔진 시동용 납축전지는 두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버거울 정도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역사는 조울증 치료제보다 짧다. 일본 소니가 리튬이온 배터리 대량생산에 성공하면서 2차 전지 시장 판도를 바꾼 게 1991년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알칼리 금속인 리튬은 물에 닿으면 폭발을 일으킬 정도로 불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화재 뉴스가 종종 전해지는 건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리튬이온 탓이다. 이렇게 불안정한 금속으로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노벨위원회가 2019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척자 3명에게 노벨화학상을 수여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올해 국내 중고 전기차 거래가 1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40년에는 세계 신차 판매량 중 절반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리튬이온이 주도하는 에너지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