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일론 라이벌 효성·코오롱, 이젠 타이어코드·수소 대결
입력 2021-06-15 00:04:02
섬유가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공업이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던 1970년대 얘기다. 당시 섬유업의 황금기를 이끌던 효성과 코오롱이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019년 코오롱은 나일론 생산을 중단했지만 효성은 여전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효성이 생산한 스판덱스를 활용한 제품들. 코로나로 집콕이 늘면서 세계 스판덱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 효성]
세계 스판덱스 시장에서 효성은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수영복·속옷·레깅스 등에 쓰는 원사(원료가 되는 실)다. 효성은 90년대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한때 중국 기업이 스판덱스 생산설비를 늘리자 효성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판덱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했다.
효성그룹에서 섬유 사업을 담당하는 효성티앤씨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618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8318억원)은 섬유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2468억원이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판덱스 수요는 9~10만t 증가할 것"이라면서 "(설비) 증설은 4.5만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스판덱스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샤오미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에 적용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은 57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했다. 회사 이름인 코오롱은 ‘코리아 나일론’의 줄임말에서 나왔다. 하지만 코오롱은 2년 전 원사 사업을 정리하고 원단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은 2004년 광케이블 등에 쓰는 첨단 소재인 아라미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강도가 높으면서 불에 타거나 녹지 않은 내열성을 지녔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생산량은 2018년 5000t에서 지난해 7500t으로 늘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904억원, 영업이익 6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영업이익은 160.3% 증가했다. 코오롱은 중국 샤오미 등에 ‘폴더블’(접히는) 필름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타이어에 쓰이는 타이어 코드 개념도. 타이어 모양을 잡아주는 소재로 나일론 등이 쓰인다. [사진 효성]
효성과 코오롱이 여전히 경쟁을 벌이는 시장도 있다. 타이어의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는 소재인 타이어 코드다. 세계 타이어 코드 시장에서 효성의 점유율은 45%, 코오롱의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세계 타이어 코드 시장의 65%가량을 차지한다.
효성과 코오롱이 경쟁하는 사업 분야는 최근 하나 더 늘었다. 코오롱은 올해 들어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고분자전해질막) 양산에 들어갔다.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릴 수 있다.
효성은 2023년을 목표로 울산에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1만3000t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수소차 1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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