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3부)국산화가 열쇠다①현주소 |
[ 2008-01-17 ] |
“제조기술과 양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부품·소재·장비 3대 핵심 후방산업은 아직도 부족하다.” 디스플레이 초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로선 인정하기 싫은 말이지만 현실을 아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말에 공감한다. 국산화 문제다. 지난 수십년간 화학소재·반도체·제조공정 등의 분야에서 오랜 기술력을 축적해왔던 해외 선진국을 제치고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낸 우리로선 어쩔 수 없이 다가온 과제인지 모른다. 다행히 부품·소재·장비 3대 후방 연관산업의 국산화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TFT LCD 관련 부품의 기술 수준은 100점 만점에 79점으로 전년 대비 3점 올랐다. 국산 제품 채택률(국산화율)도 84%에 달했다. PDP 관련 부품의 기술 수준은 지난해 87점으로 전년보다 7점이나 상승했고 국산화율은 57%에 육박했다. 백라이트유닛(BLU) 관련 부품 기술수준은 지난해 96점, LCD구동칩(LDI) 관련 부품은 100점을 채웠다. 특히 BLU 제품의 국산화율은 무려 94%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인 LCD TV는 패널·파워모듈·스케일러·드라이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진척된 덕분에 종합 국산화율이 92%까지 발전했다. PDP TV도 파워모듈의 국산 채택률 확대에 힘입어 전체 국산화율은 비슷한 수준인 95%를 차지했다. 핵심 부품·소재·장비별로는 최근 호황을 구가하는 LCD 분야의 국산화율에 돋보이는 품목이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컬러필터는 국내 패널 제조사와 동우화인켐이 국산화율을 99%까지 끌어올렸다. 백라이트 부재인 확산필름도 SKC·신화인터텍·코오롱·도레이새한·상보 등을 중심으로 국산화율을 97%대로 높였다. LCD 장비 분야에선 대표적인 전공정장비인 �엣쳐·클리너·스트리퍼의 3대 품목에 걸쳐 국내 업체인 디엠에스·케이씨텍·세메스가 84∼91%대에 이르는 국산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컬러필터 클리너도 케이씨텍·디엠에스가 국산화율 81%를 달리고 있으며 모듈 공정장비인 TCP/PCB 본더 제품도 97%의 국산화율에 이른다. 과거 일본·유럽계 기업들에 철저히 의존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술력이 한층 성숙했다. 하지만 아직 모자란다. 특히 디스플레이 제품의 부품·소재 가운데 핵심 원부자재 격인 2, 3차 소재 대부분을 여전히 외국업체에 의존한다. 장비 분야 역시 고부가가치 전공정 장비는 우리 몫이 아니다. 이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세계 LCD·PDP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OLED·플렉시블 디스플레이·3차원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시장 또한 선도하는 꿈을 늘 불안 속에서 꿀 수밖에 없다. ◆국산화 통계, 알고보면 더 심각 최근 산업자원부는 전문 연구기관에 조사 의뢰한 결과 지난해 기준 LCD 부품 국산화율이 84%에 이른다고 밝혔다. PDP 부품은 57%, 디스플레이구동칩(LDI) 부품은 54%, 백라이트유닛(BLU) 부품은 무려 94%에 육박한다. 통계 수치로만 보면 그리 뒤처지는 수준은 아닌 편이다. 그런데 이런 조사는 과연 어떻게 이뤄질까. 통상 한 개의 LCD 패널 생산원가에서 특정 부품이 차지하는 원가를 따져 그 해당 부품이 국내 업체 것이면 국산, 그렇지 않으면 외산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패널 제조사와 부품·소재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하되 일부 업체들은 전화조사를 벌인다. 통계의 사각지대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LCD 패널에 들어가는 1차 부품을 국내 기업이 개발했더라도 여기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이나 2, 3차 부품·소재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더욱이 1차 부품들의 국내 공급율을 단순 합산, 평균을 내면 가격비중이 고려되지 않은 허술한 수치에 불과하다. 일례로 지난해 말 LCD 부품·소재·장비 가운데 가장 높은 국산화율 99% 수준에 달한 컬러필터는 거슬러 올라가면 국산화율이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는 셈이다. 국산화율이 높아간다는 사실이 반갑지만 실상을 알면 훨신 못 미친다. 정확한 통계가 쉽지 않은 이유는 업력에 비해 산업이 워낙 빨리 성장했고 중요성도 커진 배경이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 관계자는 “상당수 핵심 부품·소재·장비가 외국업체들로부터 들여왔는데 그 많은 품목의 원가를 일일이 산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더군다나 오랜시간 이미 원가에 반영된 탓에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의 허상이 아니더라도 후방 연관산업의 국산화율은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비롯해 가장 많은 기업이 몰린 LCD 장비, 특히 셀공정 전단계인 전공정 장비 분야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총 26개 핵심 장비 가운데 노광장비·어레이테스터·스퍼터·코터 등 8개 장비류는 국산화율이 0%다.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과 유럽계 기업에 오랫동안 매달려온 탓이다. 비교적 낫다는 후공정 핵심장비 7개 가운데 PI코터·유리절단장비 등 두 품목도 시바루·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이 100% 장악했다. 부품·소재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하다. 액정은 여전히 머크·치코 등 해외 업체가 독식하며, 배향막·TAC필름·PVA필름·보상필름·표면처리·확산판소재·반사필름·반사형편광필름 등 8개 핵심 소재도 국산화율은 0%다. 디스플레이강국을 부르짖는 우리에겐 갈 길이 먼 셈이다. ◆국내 후방 연관산업 사슬수직집적화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업체를 중심으로 탄탄한 전후방 공급사슬을 구축했다. LCD·PDP는 물론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에 이르기까지 산업 연결 고리는 더욱 강고해지는 추세다. 개별 디스플레이마다 소재·부품·장비 등 수많은 후방 연관산업이 있다. 삼성전자·LPL·삼성SDI·LG전자 등 패널 업체를 매개로 다시 TV·모니터·휴대폰 등 전방 산업인 세트 메이커로 이어지는 생태계다. 갈수록 치열한 시장경쟁 환경에서 부품·소재·장비 등 후방 연관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일은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 삼성·LG 등 개별 기업이 후방 연관산업을 수직 계열화하고 체질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패널 생산국의 지위에 걸맞게 LCD 산업에는 가장 많은 기업이 포진했다. 핵심 소재 원천기술이나 대규모 자본력이 요구되는 부품·소재와 달리 장비시장 진입이 비교적 용이한 탓이다. 외국 기업이 독식한 전공정 장비가 아닌 후공정 분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LPL은 오랫동안 장비 수직계열화에 관심을 쏟으면서 지분 투자나 강도높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폐쇄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장비 시장에서 삼성·LPL에 교차 공급하는 기업들이 드문 현상도 초래한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까다로운 부품·소재 분야에 우리 기업들은 소수다. 글라스는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사실상 국내 시장을 석권했으며 컬러필터는 동우화인켐, 편광판은 제일모직·LG화학·동우화인켐, 드라이버IC는 삼성전자·매그나칩 등 소수 업체가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비교적 국산화가 쉬운 백라이트유닛(BLU)에 태산LCD·DNDUD·희성전자·원우정밀 등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몰려 있다. PDP 부품·소재 분야에는 제일모직·휘닉스디스플레이·LG화학·삼성코닝·SKC 등 주로 대기업 계열 업체가 소수 있는 정도다. LCD에 비해 시장성이 떨어진 탓에 관련 기업들도 적은 편. 차세대 OLED 분야에서는 출발부터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삼성SDI·LPL 등이 계열사나 전략적 제휴사를 통해 수직 집적화에 노력해왔다. 팀장=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김규태, 양종석, 설성인, 차윤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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