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중국 경제에 몇 가지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물가 불안, 임금인상 압력, 버블 경제 위험, 폭설로 인한 국가 교통망 마비 등….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착륙설,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후유증 소문이 가세하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경제는 올해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운명은 올림픽이나 미국발 경제불안보다는 중국 통화관리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올림픽 같은 국가적 이벤트는 치르고 나서 경제가 안 좋아지는 게 통례다. 일본과 한국도 올림픽 이후 성장률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상하이 엑스포는 상황이 좀 다르다. 중국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 4.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발 경제불안도 그렇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점하는 비중은 약 70%로 얼핏 대외의존형 경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을 통한 교역이 60%에 달해 실제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30% 미만이다. 게다가 교역 다변화로 미국(의존도 14.0%), 유럽(19.6%), 일본(10.9%)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미국만 나빠진다면 큰 문제가 없다.
중국의 인플레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고속 성장으로 임금이 오르는 건 불가피하다. 아직은 법정 최저임금이 월 120달러 미만이다. 물론 중국에 진출한 영세 중소업체들은 문제가 되겠지만, 임금상승은 오히려 개인소득을 증가시켜 소비진작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만큼 중국 내수시장이 확대될 공산이 큰 것이다. 중국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10% 미만인 점을 떠올리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위기설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작 중국 경제의 최대 화근은 외환보유액 증가→ 통화 급팽창→인플레 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난 외환보유액은 2007년 말 현재 1조5282억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 GDP의 1.5배인데, 7년간 무려 1조3160억 달러가 늘어났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해 통화증발을 막아 왔다. 하지만 2007년에도 무역수지흑자 2622억 달러를 포함해 외환보유액이 4619억 달러나 늘어났다.
중국 당국이 연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대응하려면 약 200억 달러의 국채를 새로 발행해야 한다. 이는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된다. 시중에 돈이 너무 풀리고, 여윳돈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려가고, 일부 외국인도 이에 가세하는 바람에 중국의 인플레 위험이 고조된 것이다. 이제 중국 당국의 인플레 해결 의지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방한한 중국 고위관료도 과잉통화를 걱정하며 한국의 인플레 억제 경험에 제일 큰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중국의 정책은 적정한 긴축과 과잉통화 억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평가절상, 외국인투자 홀대, 핫머니 유입 차단, 보유 외환 사용확대를 정책수단으로 동원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영세업체들의 야반도주도 이러한 정책 집행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중국투자공사가 국부펀드 3000억 달러를 해외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의 이상기류가 당장 중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전 세계가 중국 경제의 불안 조짐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지각변동에 따라 중국 경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이해해야 할 듯싶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정책 전환이다. 앞으로 중국은 그토록 부정적이었던 자본이동 자유화를 전격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환보유액 급증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으로 간주된다. 지금은 중국 경제 위기설에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손익을 놓고 면밀하게 주판알을 퉁겨야 할 때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