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중국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FERRIMAN 2008. 2. 5. 10:54
어느 나라에서든 거시경제 상황은 흐르는 물과 같다. 얼마나 많이 빠르게 흐를까. 어디서 발원해 어디로 흘러갈까. 이런 것들이 주요 관심사다.



중국 경제의 주요 동력은 해외자본의 대규모 내부 투자다. 경기 부양성 투자의 뒷받침으로 급성장한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1980년대 초 시장 개혁을 시작한 이래 투자 프로젝트의 신용관리와 현금 흐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5년간의 경기침체 뒤에 2003년 중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비과잉은 사라졌고 소비억제는 완화됐다. 이에 따라 가정 생필품의 수요는 급증했다.



그때부터 철강재·자동차·기계·건축자재·에너지·원자재 같은 중공업 부문에선 유례 없는 투자 붐이 일었다. 도시건설·주택·교통 인프라·리모델링 수요를 반영한 것이었다. 당연히 경제는 과열되기 시작했다. 제조업과 중공업 부문의 생산성·수익성은 향상됐다. 최근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난 이유는 위안화 평가절하 때문이 아니라 국내 저축률 증가의 결과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7년 초까지 거시정책은 무역흑자를 조절하는 데 맞춰졌다. 위안화는 재평가됐고 휘발유·나프타를 수출할 때 환급해줬던 수출 관세 리베이트는 중단됐다.



2007년 초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이 문제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 물가상승이 가속화하자 통화당국의 우려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은 그 상황을 유동성 과잉으로 판단하고 금리를 다섯 차례 올리는 등 긴박한 통화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1년 고정예금의 금리가 3.9%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인민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여섯 차례 중앙은행 채권을 발행했다.



그럼에도 총통화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현재 18.4%로 정부 억제선인 16%를 넘었다. 새해엔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고 과열 경기를 식히는 것이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가 됐다. 중앙 기관 공작위원회는 중국이 고성장·저인플레이션을 끝내고 고성장·고인플레이션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때부터 무역수지 조절이 후순위로 밀린 반면 재정과 통화 안정성은 최우선 정책 과제가 됐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주 요인이 급격한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것이다. 또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없다는 것도 심각한 골칫거리다. 게다가 노무관리를 강화한 신노동법은 임금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소비자 물가의 상승 때문에 금리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투자 수요가 왕성한 이상 인플레이션은 확산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경제환경은 경색되고 있다. 투자 수요를 꺾기 위해 금융 대출과 통화 정책을 더 조이는 게 불가피하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토지 사용은 더 엄격한 통제 아래 있게 될 것이다. 늘어나는 임금상승 압력은 기업의 기대수익을 낮추고 단기적으로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일이 어려울 것이다. 국제 상품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고 임금과 비교역 상품 가격의 증가는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국제 경제 상황은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고 자산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은 지난해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수출이 줄어들면서 고용과 성장은 좀 더 축소될 수 있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추세로 나타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견고했던 지난 10년간의 고성장은 막을 내릴 것이다.





장 쥔 중국 푸단대 경제연구센터 교수

정리=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