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전자신문] 디스플레이 1등국의 상생 패러다임

FERRIMAN 2008. 2. 11. 09:42

ETnews

[월요논단]디스플레이 1등국의 상생 패러다임
[ 2008-02-11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디스플레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휴대폰이 우리나라 3대 수출 품목이라고 하지만 세계 1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명실상부한 세계 1등 산업이다. 디스플레이의 대표격인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2007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LCD가 45.5%, PDP가 52%로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은 1990년대 중반 미래 성장 동력 산업으로 디스플레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대형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 업체들의 진입 장벽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 직후 IMF사태가 발발해 최대 위기를 경험했으나 이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눈물겨운 노력도 잊을 수 없다. 당시 어려움을 무릅쓴 공격적 투자는 ‘답을 찾는’ 수학이 아니라 ‘답을 만들어 가는’ 위기 반전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LCD는 2001년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위기가 닥쳤고 일본 업체가 차세대 투자를 미루고 감량경영으로 선회하는 시점에서 역으로 투자를 확대해 세계 1위로 치고 올라서게 됐다. PDP도 지속적인 차세대 투자와 기술개발로 2004년부터 LG전자와 삼성SDI 등이 앞뒤를 다투며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이제 대만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LCD 시장에서 점유율 40.8%로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 왔으며, 심지어 지난해 4분기에는 대만의 AUO에 세계 1위를 내어놓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높은 부가가치의 장비·부품·소재를 무기로 실질적인 수익을 챙겨가던 일본이 최근 디스플레이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마쓰시타는 히타치·캐논과 LCD 사업 제휴를 맺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LCD 패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도시바는 샤프와 제휴해 대형 LCD 패널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일본 업체가 한국에 넘겨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적극 연합세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처한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디스플레이 1위 국가라는 위상은 물론이고 자칫 국가 성장동력의 한 축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제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하게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이며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업체 간의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해외 업체와는 제휴를 하면서도 국내 기업 간에는 서로 불필요한 적대감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오던 관행부터 바꾸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지만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단지 같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서로 협력을 기피하고 상대가 잘 되는 것을 참지 못하던 행태를 과감히 벗고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페어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쟁하되 경쟁 상대라도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 잘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할 때 경쟁하더라도 위기 앞에서는 손잡고 극복하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권영수 LG필립스LCD사장 yskwon@lgphilips-lc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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