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뒤로 젖히기 힘들 땐 척추관협착증 의심
노인들 ‘공공의 병’ 척추관협착증 매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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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강화를 위해 도구를 이용해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활동량이 감소하므로 스트레칭·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보조적으로 해야 한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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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추 질환도 시대를 반영하는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질환의 특징은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는 사람에게 많다는 점. 농부병으로 부르는 이유다. 허리를 뒤로 젖히지 못하고, 몇 걸음도 걷지 못해 쪼그려 앉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척추관협착증,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늘어나는 척추관협착증=척추전문 제일정형외과병원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병원을 방문한 척추질환자 736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스크 환자는 매년 평균 8%의 증가(2005년 808명에서 2007년 950명)에 그쳤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매년 71%의 증가세(2005년 601명에서 2007년 1622명)를 나타냈다.
지역별 분석에서도 서울은 디스크 환자가 43.1%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반면 지방은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45%로 가장 많았다. 척추관협착증이 평생 허리를 펴지 못하고 일하는 농부병이란 사실을 입증한 것.
제일정형외과 신규철 원장은 “고령자를 위한 마취·통증 등 치료술이 개선돼 노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찾게 된 것도 환자가 급증한 배경”이라며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앞으로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 몸을 구부리고 일하는 직업인에게 많다. 혈관이 압박을 받아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고, 그 결과 약해진 근육이 척추를 지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척추뼈의 노화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어떤 병?=인체의 기둥인 척추의 중심에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터널이 있다. 척추관은 바로 이 통로를 말한다. 문제는 이 통로가 나이가 들면서 좁아진다는 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척추센터 김기택 교수는 “척추뼈의 완충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는 수분 함유량이 떨어지면서 쪼그라들고, 척추뼈와 인대 역시 노화돼 굵어지고 딱딱해진다”며 “결국 이런 퇴행성 변화가 터널을 좁게 만들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증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척추관협착증은 몸을 뒤로 젖혔을 때 통증이 나타나지만 디스크는 몸을 숙일 때 더 아프다. 특히 누울 때면 증상 차이가 확연해진다. 신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누웠을 때 좁아진 신경관이 좀 펴져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노인성 디스크는 오히려 돌출된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걸을 때 다리와 엉덩이의 통증이 심해 조금만 걸어도 힘들고, 아랫도리가 조이는 듯 아프지만 쪼그려 앉거나 쉬면 금세 괜찮아진다. <표 참조>
◇척추관협착증 치료는=보존적 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환자의 전신상태, 증상 정도, 신경 마비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김 교수는 “증세가 가벼우면 자세 교정 등 기본 교육과 함께 복근 강화 운동을 시행해 요통을 감소시키고, 때론 탄력성이 있는 코르셋 보조기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칭과 걷기 등 유산소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활동량이 떨어져 유연성과 근력 및 심혈관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 여기서 더 이상 호전이 안 되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소염진통제나 근이완제로 통증을 줄이고, 신경근 압박에 따른 부기와 염증을 감소시킨다. 심한 방사통이 있는 경우 경막하 부신피질 호르몬 주입도 하지만 스테로이드에 의한 부작용을 우려해 횟수와 용량을 조절한다.
수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시행된다.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뼈를 제거해 척추관을 넓혀 주는 감압술, 뒤틀린 척추마디를 고정시키는 척추고정술이 시행된다. 신 원장은 “과거엔 척추 수술이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무통치료가 등장한 이후엔 수술뿐 아니라 재활도 빨라져 2주 후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 수술환자는 전체의 10% 정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척추센터의 경우 2006년부터 1년간 3512명의 환자 중 349명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 만족도는 두 병원 모두 90% 이상이었다.
김 교수는 “지속적으로 다리 통증이 있을 때, 또 최소 2∼3개월 보존적 치료에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급격히 진행되는 신경장애나 대소변 기능이 상실됐을 때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