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최초 우주인의 경제적 가치

FERRIMAN 2008. 4. 7. 08:48
기사 입력시간 : 2008-04-06 오후 8:22:20
[시론] 최초 우주인의 경제적 가치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장










우리나라는 브라질·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7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다소 늦은 편이다. 각국마다 최초로 배출되었던 우주인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인이 되었던 유리 가가린의 경우, 당시 치열했던 미·소 우주개발 경쟁을 감안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닌다. 돈으로 따지기 힘든 최초 우주인의 가치. 우주인 탄생의 배경과 역할을 통해 대략 가늠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배출된 470여 명의 우주인에는 대략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첫째는 우주왕복선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3개국이 배출하는 그룹인데, 미국과 러시아가 전체의 약 85%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우주비행사와 실험과학자 등 소위 프로들이다. 다음은 옛 소련 시절에 위성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무료로 탑승시킨 그룹이다. 몽골·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모두 10개국이 해당되며, 이들은 귀환 후 국민적 영웅이 되었지만 우주비행만으로 역할이 끝났다. 세 번째는 우주선 보유국과 계약해 공동 탑승하는 우주인인데, 유럽을 비롯해 일본·캐나다 등 현재까지 20여 개 국가에 이른다. 대부분 유인(有人) 우주활동을 통한 국제 공동개발의 참여 목적에서 시작되는데 우리나라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일본에서는 최초 우주인의 영예를 놓고 두 명이 다툰다. 아키야마와 모리가 그들이다. 우주비행은 아키야마가 먼저 했다. 1990년 도쿄방송국(TBS)이 개국 40주년을 기념해 아키야마 기자를 후보로 선발,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시키는 우주인 이벤트에 성공했다. 당시 언론은 우주시대의 개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키야마를 공식적인 최초 우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비행은 늦었지만 항공우주개발국(JAXA) 후보로 선발되어 2년 뒤늦게 우주비행을 한 엔지니어 출신의 모리를 최초 우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챌린저 우주왕복선 사고로 일정이 지연되기는 했으나 모두 7년간의 훈련과정과 우주 공간에서의 과학실험 등의 임무 수행에 대한 평가의 결과다.

모리는 2000년 퇴역 때까지 JAXA에 근무하면서 한 차례 더 우주비행을 했다. 아키야마의 경제적 가치는 아마도 당시 우주선 탑승에 지불했던 2800만 달러 정도일 것이다. 한편 모리의 가치는 귀환 후 이어진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되었다. 2005년 미쓰비시연구소에서는 연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우주개발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6조4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기상 예측, 국제사회의 위상, 과학교육과 국민적 자긍심을 고려한 별도의 사회적 효과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진정한 우주인의 가치는 우주인의 역할로 결정된다. 비행 후 우주인들의 활동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후속 사업에 참여시켜 우주비행과 과학실험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 차원에 맡겨 두고 강연과 집필 등으로 우주과학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아예 개인생활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우주인사업은 260억원을 들여 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전체 국민 대상의 후보 선발부터 우주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이 생생히 중계되면서 우주인 이벤트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우주인은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과학실험 우주인(payload specialist)이다. 국가우주개발계획(1996년)의 중간 성과물이자 연이은 위성사업의 성공과 더불어 향후 진행될 우주개발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하는 첫 시도인 것이다. 우주인 이소연씨가 단순한 우주 여행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마침 내년에는 세계 각국에서 3000여 명의 우주학자들이 참가하는 국제우주연맹총회(IAC)도 대전에서 열린다. 우주정거장, 달 탐사 등을 통해 한국 우주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우주개발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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