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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태양광 사업의 전망

FERRIMAN 2008. 4. 7. 09:09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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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사업"

"폴리실리콘 값 내리면 그만큼 태양광 수요 느니 회사에선 남는 장사"
"예상보다 빨리 고유가 시대가 와 순항하고 있지요"

◆CEO & CEO / '태양광 전도사' 신현우 동양제철화학 부회장◆

"태양광 사업이 발전하려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합니다."

최근 서울 소공동 동양제철화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신현우 부회장(60)이 대뜸 꺼낸 말이다.

처음엔 동양제철화학이 만드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들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져야 다음 단계인 셀, 모듈, 설비 가격이 낮아집니다. 지금은 폴리실리콘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높지만 이것이 충분히 생산돼 가격이 떨어져야 전체적인 태양광 사업이 활성화되는 거죠."

전기 1㎾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태양광 발전 가격과 일반 전력비용이 같아지는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빨리 오려면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

그리드 패리티가 되면 가정에서도 일반 전기 대신 태양전력을 쓰기 위해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게 되며 덩달아 폴리실리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논리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더 떨어져도 회사 수익에는 별 지장이 없어요.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폴리실리콘 판매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이익이 남고, 떨어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이익이 남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은 100년 만에 한 번 올까말까하는 기회라고 신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그리드 패리티 도래 시점이 당초 5~8년 후에서 2~3년 후로 당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11월 군산에 연산 5000t 규모의 생산공장을 준공한 뒤 곧바로 올해 초부터 1만t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이미 공장 완공 전부터 미국 중국에서 예약주문을 받아놓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말 시제품이 나온 직후 해외 주문이 폭주해 2조원어치 물량 계약도 체결했다.

지금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위치가 됐지만 생산 초기에만 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신 부회장은 회고했다.

"작년 군산공장 준공을 앞두고 이수영 회장께서 얼마나 노심초사했나 몰라요. 폴리실리콘 한다는 소식으로 주가는 크게 올랐는데 물건이 제대로 안 나오면 어떡합니까. 회사 망신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탄까지 받게 되는 거죠."

폴리실리콘은 진입 장벽이 높은 고난도 기술로 통한다. 원재료인 규소 순도를 99.9999999% 이상 높여야 하는데 순도 표시에 '9가 아홉개 있다'고 해서 '나인나인 기술'이라고 부른다.

나인나인이 되지 않으면 열효율이 낮아 셀을 만드는 회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자칭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 100여 곳에 이르지만 나인나인 이상을 갖춘 곳은 헴록(미국) 바커(독일) REC(노르웨이) 도쿠야마(일본) 등 전 세계 7곳에 불과하다.

동양제철화학은 현재 불순물이 10억분의 1 이하인 '나인나인' 기술에 머물지 않고 100억분의 1인 '일레븐나인'에 도전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많은 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폴리실리콘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2010년 이후 폴리실리콘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면서 "하지만 워낙 어려운 기술인 데다 상당수 기업이 우선 태양광 사업에 한 다리를 걸치고 보자는 식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에게 경영철학이 뭐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는 "사주인 이 회장이 계신데 그 밑에 있는 내가 경영철학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한사코 대답을 사양했다.

동양제철화학 직원들의 말을 빌리면 신 부회장은 엄청난 '워커홀릭'이다. 그동안 맡아온 일들이 신규 사업 개발 쪽이다 보니 새로운 시장을 연구분석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신 부회장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할 때도 본사와 군산공장을 오가며 수시로 밤샘작업을 했다.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단어가 그의 경영철학이자 직장생활을 대변해 주는 문구가 됐을 정도.

신 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폴리실리콘 사업이 잘 된 데에는 솔직히 운도 따랐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고유가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이 태양광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동양제철화학이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고유가 시대가 오는 바람에 사업이 순항을 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군산공장 증설을 위해 꼭 필요했던 공장용지를 선뜻 내준 조달청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조달청은 신청사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에 다시 청사용지를 내놓고 이사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며 "군림하는 정부가 아니라 섬기는 정부의 전형을 봤다"며 박수를 보냈다.

■ He is…

1948년 1월 서울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동양제철화학 전신인 동양공업화학에 입사한 이래 개발담당이사, 상무이사 등 신사업 개발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옥시크린' '파워크린' '물먹는 하마' 등 히트상품을 개발한 뒤 91년부터 계열사 (주)옥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옥시 사장 재임 시절인 2001년 옥시가 영국 레킷벤키저에 인수된 뒤에도 대표이사 사장을 계속하다가 2005년 8월 동양제철화학에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이수영 회장으로부터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보라는 주문을 받고 복귀 직후 시작한 첫 사업이 폴리실리콘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은퇴 후 사회봉사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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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7 07:38: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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