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번 회사는 어딜까. 정답은 대한해운이다. 직원 한 사람당 1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위 고려아연(5억8678만원)의 거의 두 배다. 거래소의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다.
어떻게 이렇게 벌었을까. 지난해 해운 경기가 좋았던 것이 첫째 이유다. 철광석·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건화물지수(BDI)는 2005년 연평균 3370에서 지난해 7100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대한해운은 다른 해운사들에 비해서도 1인당 영업이익이 월등하다. 전체 5위인 STX팬오션(3억6859만원)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한해운의 ‘비결’은 용-대선거래다. 이 회사는 전통적인 화물 운송보다 남의 배를 임대(용선)해 다시 빌려주는(대선) 분야에 탁월한 기업이다. 자체 소유 선박은 화물 운송에 많이 쓰지만, 임대한 배의 경우 보통 70%는 다시 빌려주고 30% 정도만 자체 화물 운송에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 해운 경기가 고공비행을 계속하자 대부분을 재임대로 돌렸다.
대한해운 기획팀 정병인 부장은 “최근 몇 년간 업황이 나쁠 때마다 중장기 전망을 보고 용선 계약을 늘려 왔다”고 말했다. 쌀 때 임대해 비쌀 때 빌려주니 자연히 이익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겨우 328명의 직원이 지난해 무려 1조9713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사 구조가 이렇다 보니 의사 결정 속도도 빠르다. 정 부장은 “5~10년의 장기 용선 계약을 할 때도 최종 결정에 이틀 이상 걸리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송은빈 수석연구원도 “대한해운이 지난해 영업이익을 많이 낼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운임지수의 움직임을 잘 예측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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