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퍼온글] 시어머니 모시기

FERRIMAN 2008. 4. 10. 11:47

 내가 몇년전에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잖니.
정말 똥 오줌 수발에.그런데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뭘 좀 갖다 달라고 해서
어머니 옆에 점심드실 거, 간식,과일까지 놓고 갔다왔는데
돌아와보니 그 사이에 시숙이 왔다가신 거야.
시어머니도 안계시고.달력 한장 휙 찢어서 남겨놓은 내용이 글쎄 이랬어.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해 볼 수가 없어서 내가 모시고 갑니다.
그런 줄 아세요.'

물론 두 형제 사이가 안좋았으니 그런 일이 생기기도 했겠지.
그런데 치매 시어머니가 식사, 간식, 과일 한꺼번에 다 드시고
오랜만에 본 큰 아들한테 '배고프다'하시면서 똥 오줌 범벅을 해놓았으니 그럴 법도 했겠지만.
그동안 내가 고생한 것이 억울해서 두 다리를 뻗고 엉엉 울었단다.

그런데 그리고도 한참을 지나도 분이 안풀려서 본당 수녀님한테 그런 말을 했더니 수녀님이 이러시더라.
'왜 그게 분하세요??? 하느님이 다 정리해주셨는데요.
000자매님 고생하는 거 하느님이 다 아시고. 시숙댁에도 그동안 효도할 기회를 드리고. 시숙님은 어머니를 훔쳐가듯 모셔갔으니 면목없어 다시는 이 댁으로 모시고 오지 않으실 거고. 당신들이 모시고 살아보면 자매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겠고. 혹 인품이 나쁜 분들이라면 모시고 온 자기 발등을 찍으면서 성급했던 것에 후회를 할 것이고. 하느님께서 다 잘 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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