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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왜 공룡은 거대했을까?(하)

FERRIMAN 2008. 5. 2. 11:40

왜 공룡은 거대했을까?(하) 풍부한 먹을거리? 초대륙? 유리한 생존? 아니면 작은 중력? 2008년 05월 01일(목)

21세기 과학난제 공룡화석 뼈에 나타나는 나이테를 통한 최근 연구는 공룡이 파충류보다는 포유류나 새처럼 어릴 적에 성장을 마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05년 12월 사이언스지에는 모든 공룡이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 초기 초식공룡인 플라티오사우루스. 다른 공룡과 달리 파충류처럼 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본대학 고생물학 연구소의 P. 마틴 샌더와 니콜 클라인은 플라티오사우루스라는 중생대 초반에 널리 살았던 초기 초식공룡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화석 뼈를 통해 연구했다. 그러자 플라티오사우루스는 이전 연구의 다른 공룡들과 달리 파충류와 같은 성장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을 그들은 확인했다.

연구팀은 플라티오사우루스 화석 뼈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미시적인 차원에서 세밀히 조사했다. 특히 그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뼈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그러자 플라티오사우루스의 경우, 몸의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일부는 몸길이가 5미터도 안되는가 하면 그보다 두 배나 더 큰 것도 있었다. 이는 파충류가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의 크기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과 같은 패턴이다.

이 연구결과로 공룡이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 갈래로부터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공룡의 성장이 포유류나 조류와 비슷하건 파충류와 비슷하건 간에 왜 공룡은 거대한 몸집을 가질 수 있었던 걸까?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 몇 가지 가설들이 있다.

가설1: 먹을거리가 많아서?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시대에는 먹을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에 거대한 공룡이 탄생했다는 주장이 있다. 한 마디로 하면, 잘 먹어서 잘 컸다는 얘기다.

▲ 중생대에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대기 환경 덕분에 식물이 무성하게 빠르게 자라났다. 
중생대는 오늘날과 환경이 많이 달랐다. 중생대는 지금보다 대기 중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생대의 어느 시기에는 산소는 50퍼센트, 이산화탄소는 500퍼센트가 더 많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지구는 매우 뜨거웠고 마치 온실과도 같았다.

이런 까닭에 중생대에는 오늘날보다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덕분에 초식공룡은 맘껏 식물들이 먹을 수 있어 그렇게나 거대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이 가설의 논리다. 또한 육식공룡도 주변에 잘 먹고 자란 초식동물이 널려 있어서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중생대에 식물들이 얼마나 잘 자랐을까? 이 질문은 2003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사라 데처드라는 대학원생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다. 그녀는 중생대의 대기 환경이 공룡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구의 대기 환경이 식물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했다. 이 실험에는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인 은행나무를 사용했다. 중생대와 비슷한 대기 환경에 은행나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데처드는 중생대와 비슷한 대기 환경에서 은행나무의 대사작용과 광합성 속도가 지금의 대기 환경에서보다 훨씬 빠르다는 결과를 얻었다. 은행나무는 지금보다 3배나 더 빨리 성장했다. 따라서 중생대에는 식물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빨리 자랐기 때문에 먹성 좋은 공룡을 감당해낼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가설2: 대륙이 컸기 때문?

한편 중생대에 판게아라는 거대 대륙이 거대 공룡 출현을 낳았다는 주장도 있다. 대륙의 크기가 거대 공룡의 출현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대륙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공룡에게 먹을거리를 구할 곳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도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대륙의 크기가 동물의 몸집 크기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

▲ 대륙의 크기가 크면, 그 안에 사는 가장 동물의 크기도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중생대의 초대륙인 판게아가 거대 공룡을 낳았을까?  ⓒNATURAL HISTORY MUSEUM JOHN SIBBICK/NHMPL
2001년 12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논문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되었다. 미 캘리포니아의대의 게리 버니스 박사는 남호주 과학관과 공동으로 대륙의 크기와 동물의 크기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버니스 박사 연구팀은 30개의 섬과 대륙들에 사는 가장 큰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에 대해 분석했다. 이때 공룡이나 매머드와 같이 과거에 멸종된 거대 동물도 포함했다. 그러자 대륙이 클수록 그 속에 사는 가장 큰 동물의 크기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륙의 크기가 거대 공룡의 출현을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판게아가 여러 대륙들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와 가장 큰 공룡이 출현한 시기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공룡이 출현하기 8천만 년 전에 이미 판게아 대륙은 쪼개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설3: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

대기 환경과 대륙의 크기 때문에 음식물이 풍부해서 공룡의 몸이 거대해졌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논리가 너무 단순하다. 그래서 거대한 몸이 생존에 유리한 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렇다면 몸이 크면 생존에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초식공룡은 육식공룡에 비교해서 월등히 크다. 따라서 거대 초식공룡은 육식공룡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줄어든다. 마치 사자가 코끼리를 잡아먹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공룡 화석의 연구에 따르면, 초식공룡은 질병이나 노화로 죽었지만, 육식공룡은 상처투성이로 죽었다. 초식공룡은 거대한 몸 덕분에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몸이 크면 체온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만약 공룡이 파충류처럼 냉혈동물이라면-공룡이 온혈동물인지, 냉혈동물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몸이 클수록 외부 기온 변화에 비해 체온은 서서히 오르거나 낮아진다. 이를 뒷받침하가 위해 호주의 동물학자들은 오늘날 가장 큰 파충류인 악어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몸이 클수록 체온이 따뜻하며 체온변화가 덜 심하다.

가설4: 중력이 작아서???

공룡이 거대했던 이유는 당시 지구의 중력이 작았기 때문이라는 엉뚱하면서도 파격적인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주장을 한 사람이 매우 저명한 지구과학자라는 사실이다. 사무엘 워런 캐리라는 호주의 지구과학자는 대륙이동설이 등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이를 지지했던 선구적인 과학자였다.

캐리 교수는 판구조론을 정립하면서 ‘팽창하는 지구설’을 세웠다. 지구의 모양이 과거에는 지금과 달랐으며 지구는 점점 팽창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 가설을 믿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다. 어쨌건 팽창하는 지구설에 따르면, 과거에는 지구의 중력이 지금보다 작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공룡이 거대한 몸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 과거 지구의 중력이 지금보다 작았다는 주장을 한 저명한 지구과학자, 사무엘 워런 캐리. 
티라노사우루스의 다리 근육이 먹잇감을 추적할 만큼 발달했느냐는 아직까지 미해결된 문제다. 거대한 초식공룡은 무거운 몸 때문에 넘어지기만 해도 다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공룡이 살았던 당시 작은 중력이 거대한 공룡을 낳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당시 지구의 중력을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실인지 근거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인지를 가려내기 힘들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육상동물인 공룡. 어떻게 해서 그렇게나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여러 가지 가설은 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5.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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