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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명랑해협에 조류발전소 설치

FERRIMAN 2008. 5. 28. 10:24
기사 입력시간 : 2008-05-28 오전 1:37:34
[Save Earth Save Us] 조류발전소 설치 ‘명량대첩’ 해냈다
울돌목 물살 이용한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물 10층 크기 철구조물 목표지점 안착
2006년 첫 시도 …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
27일 전남 해남군~진도군 울돌목에서 국토해양부·한국해양연구원·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500t급 해상 크레인이 시험 조류발전소의 핵심 시설인 1360t짜리 철골 구조물을 바다 속에 내려놓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27일 오후 4시40쯤 전남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 사이 울돌목. 진도대교 아래에서 1500t급 해상 크레인이 가로 16mX세로 36mX높이 32m의 10층짜리 아파트만 한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바다 속에 내려놓았다. 오후 5시40분쯤 구조물 하부가 물속에 잠기고 제 위치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구조물 안 파일(지름 130㎝) 4개가 바다 밑으로 내려져 해저에 박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보던 국토해양부·한국해양연구원·현대건설 관계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나라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시험 조류 발전시설 설치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박진순(42) 선임연구원은 “구조물 무게가 1360t나 되기 때문에 조류가 세져도 떠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운송 때 바지선에 무거운 닻 6개를 달아 표류를 막고, 해상 크레인이 구조물을 매달고 작업할 때 육지·바다 속 앵커와 연결된 8개 쇠줄로 붙잡아 주는 등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시험 조류 발전소는 2006년 설치를 처음 시도했으나 구조물을 실은 바지선이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면서 진도대교(높이 25m)에 부딪쳐 실패했다. 2007년 4월에는 구조물이 목표 지점이 아닌 엉뚱한 곳에 처박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번에 한국해양연구원은 5월 중 조류 흐름이 가장 약한 27일을 택일했다. 지난해 물살이 센 진도대교 아래를 선택했다 실패한 점을 고려, 남동쪽 800m 지점으로 장소도 바꿨다. 그리고 울돌목 바다 속에 조류 발전의 핵심인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는 1차 작업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만든 철골 구조물은 이날 벽파항에서 바지선에 실려 한 시간 반에 걸쳐 울돌목으로 옮겨진 뒤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선종우(44) 공무과장은 “28일부터 구조물 위에 40t짜리 콘크리트 블록 12개를 얹어 이 무게와 자체 중량으로 구조물이 제자리를 잡게 만든다”며 “구조물 다리 6개의 파일(지름 140㎝) 밑 암반을 8m 깊이까지 파낸 뒤 콘크리트를 집어 넣어 완벽하게 고정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닷물이 들고 날 때 돌아가는 바람개비 모양의 수차(水車)를 장착하고, 각종 관련 설비 등을 갖추고 올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발전 용량은 시간당 최대 1000㎾로, 연간 2.4GW(기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다. 400여 가구가 1년간 쓰는 양에 해당한다.

◇조류 발전, 친환경적 대량 발전 가능=국토해양부는 시험 발전소에서 여러 형태의 수차·발전기·전력변환장치로 실증 실험을 수행한 뒤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출해 상용 조류 발전소 건설에 적용할 계획이다. 조류 발전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사례가 없다.

시범 조류 발전소 건설에는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110억원이 투자됐다. 1기 추가 설치에는 50억원 정도가 든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울돌목에 최대 90기까지 설치할 경우 총 9만㎾의 전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양강 수력 발전소는 20만㎾, 원전은 100만㎾(원자로 한 개 기준) 규모다.

정도안 국토해양부 해양개발과장은 “조류 발전은 댐 같은 대형 인공 구조물이 필요 없고 자연적인 물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느 발전보다 친환경적이며, 태양광·풍력 발전 등에 비해 발전 양이 많아 대규모 상용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우리나라 연안 해양 에너지 부존량을 총 1400만㎾로 추정하고 있다.

진도=이해석 기자, 김영훈 기자

◇울돌목(명량해협)=해남군과 진도군 사이 너비 300m, 길이 1㎞ 가량 해협. 1597년 정유재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빠른 물살을 이용, 12척의 배로 적함 130여 척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조류의 속도가 최대 11노트를 넘어, 세계에서도 조류 빠르기가 다섯 번째 안에 든다. 밀물과 썰물이 보통 바다보다 3배 이상인 초당 5~6m의 속도로 흐른다. 홍수가 나 자동차가 떠내려갈 정도의 물살이 보통 초속 2.3m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