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4부)②토종 기업, M&A로 몸집 키우자 |
[ 2008-05-28 ] |
국산 소프트웨어(SW) 업계도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출혈 방지, M&A로 거대해진 다국적 SW 기업과의 경쟁 기반 마련, 규모의 경제 달성 및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미다. 몸집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경쟁력’이라는 단어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제품의 가치를 향상하고 고객에게 보다 많은 것을 전달하면서 규모의 경제로써 기업구조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M&A기 때문이다. 기업인이나 연구원은 물론이고 정부까지도 M&A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M&A 바람은 쉽게 불지 못하고 있다. IMF 이후 M&A를 금기시했던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지만, M&A 주체의 역량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M&A가 살길=SW 기업들이 M&A를 해야 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소프트웨어 이퀴티 그룹’은 M&A 이유로 제품가치향상 제품가치향상·수직적합병·제품군합병·시장확장·투자를 들었다. 이 중 글로벌 SW기업이 M&A를 추진한 가장 커다란 동기는 ‘제품의 가치향상’이었다. 보완적 솔루션이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인수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M&A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수직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같은 시장 안에서 수직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SW 개발사를 인수함으로써 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교차판매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금융 SW·SI 전문기업인 체크프리가 전자지불·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콜리안을 인수한 것을 들 수 있다. SW 경쟁사를 인수함으로써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새로운 시장이 있다면 M&A가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고 싶다면 M&A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도 M&A가 활용될 수 있다. 변완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혁신전략팀장은 “세계 시장에서 전문 기업들의 영역은 갈수록 좁아들고 있으며,틈새시장도 점차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며 “빅 벤더 중심의 새로운 경쟁 구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도 빅 벤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사례 증가세=국내에서도 M&A 사례는 하나둘씩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표면에 나타나고 있지 않더라도 M&A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면서 다른 기업과 논의 중인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사장은 “M&A에 대해 올해부터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분위기 자체가 M&A를 고민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SW 기업들의 M&A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백종진 벤처산업협회장은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지내는 동안 사이버패스와 모빌리언스 두 기업을 인수했다. 프라임 그룹 내 결제 관련기술 보완하고 IT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서버와 단말기 관련 양 분야의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술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인트로모바일이 인프라밸리를 인수했던 사건도 주요 M&A 사례로 꼽힌다. 단말기에 들어가는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술을 갖고 있었던 인트로모바일이 인프라밸리 인수를 통해 서버 코어 망 핵심 솔루션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단말기와 서버용 기술 자체는 융합하기 어렵지만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해외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로 꼽힌다. 백신 중심의 보안솔루션 사업을 해 왔던 안철수연구소는 M&A를 통해 보안관제사업과 보안장비 사업 등으로 발을 넓혀갈 수 있었다. 국내에서 백신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종합적인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안랩코코넛을 비롯해 M&A를 활발하게 펼쳤다. ◇해결과제는=IMF 이후 M&A라고 하면 기업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우회상장용으로 껍데기만 인수하는 정도로 각인됐다. M&A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는 데에도 수년이 걸렸다. MS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값을 톡톡히 쳐주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부터다. M&A를 진행했던 이들 글로벌 기업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기업들을 M&A에 나서야 한다고 자극했다. 그러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경제성 있는 M&A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자금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 운용이 활발하거나 규모가 큰 기업들이 움직여야 한다. 국내는 규모가 큰 SW 기업이 없는데다 M&A를 위한 자금투자에도 인색한 편이다. 글로벌 SW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도 해외 기업과의 M&A, 조인트 벤처 설립, 전략적 제휴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인도는 R&D센터 또는 합작회사 설립, 타깃 기업 발굴 및 인수 등의 직접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SW제품을 발굴할 수 있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대한민국은 안전제일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어 한국 인터넷 규모에 비해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들이 너무 안 나오고 있다”며 “M&A 자체를 겨냥한 벤처기업들이 이러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지식경제부 과장은 “국내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러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특히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이 핵심 솔루션을 보유한 중소 SW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지원할 만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M&A 현황 2006년, 2007년은 M&A의 해라고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M&A가 두드러진 해였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부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M&A가 주목을 받으면서 바통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도 미국만 해도 M&A 거래규모는 1조2230억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1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SW 분야였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1726개의 SW 회사가 인수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수치다. 하루 평균 4.7개를 넘는 SW 기업이 M&A되고 있는 것이다. 2006년까지 전체 산업계를 달구었던 M&A의 열기는 2007년에도 계속됐다. 2007년 2분기까지 미국 내 전체 산업분야에서 전체 M&A건수는 5404건, 금액으로는 9134억달러를 기록했다. 거래 성사 건수나 규모 면에서 전년도 실적을 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7년 1분기에만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M&A가 성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가 늘어난 수치였다. SW 분야에서만 보면, 2분기까지 833건의 M&A가 성사됐는데, 건수로만 보면 전년 동기의 857건과 비교해 약간 줄었지만, 금액 면에서는 전년 동기 259억달러의 두 배 가까이 증가된 517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거래 건수 외에 거래 금액의 크기에도 관심을 가졌다. M&A 거래 금액 중 몇몇은 금액이 10억달러를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하이페리온을 33억달러에, HP는 머큐리를 45억달러에, EMC는 RSA를 21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LG경제연구소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M&A가 서브프라임 여파로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흥 시장의 M&A 참여 양상과 함께 M&A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면서 세계 M&A 열풍은 여전할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M&A 증가세가 돋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톰슨 파이낸셜 등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00년 4.7억달러에서 2006년 149억달러로 30배 이상 커졌다. 중국 기업의 총M&A(인수) 규모도 2000년 74억달러에서 2007년 915억달러로 11배 이상 늘어났다. 인도 기업들의 해외 M&A도 활발하다. M&A를 통해 세계 1위의 철강업체로 부상한 미탈스틸, 영국 업체 인수로 세계 5위권 업체로 급부상한 타타스틸, 유럽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나 식품회사 인수 등에 적극 참여한 기업은 모두 인도 기업이다. 문보경기자 okm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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