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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태양광, 하이브리드카,LED기술 '세계 1위 일본'

FERRIMAN 2008. 7. 1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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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하이브리드카·LED 기술 ‘세계 1위’

일본 ‘그린 파워’ 어디까지 왔나

도쿄=김동호 특파원· 박혜민 기자 조인경 인턴기자 dongho@joongang.co.kr | 제70호 | 20080712 입력
일본 미에현 가메야마에 있는 샤프 공장 전경. 이 공장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연간 3400t의 CO2 배출을 줄이고 있어 ‘클린 공장’으로 이름이 높다. 일본은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사진 = AP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행복한 고민이다.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연비가 두 배 이상 높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소비자들이 기름이 많이 드는 대형차를 외면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소형차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차량의 연비가 L당 10㎞ 수준인 데 비해 하이브리드 차량은 35㎞(일본 공인인증 연비)에 달한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주주들에게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늘어나면 성능은 더욱 개선되고 공급 가격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닛산·혼다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하이브리드카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일본 업계에선 ‘휘발유 자동차가 사라지는 시대가 그리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도요타의 와타나베 사장은 “달리면 달릴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것도 실현될 수 있는 목표”라고 말했다.

마쓰시타화학은 현재 자동차용 철강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강도 화학수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L당 45㎞의 연비를 낼 수 있는 자동차의 소재를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전자제품은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초박막 액정(LCD) TV 제조업체들은 전력을 많이 먹는 백라이트의 광원을 발광 다이오드(LED)로 교체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월 LCD TV에 대한 에너지 절약 등급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한 제품이 전체의 60%에 이르자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절전 효과가 일반 제품에 비해 36% 이상이면 별 다섯 개를 부여했으나, 4월부터는 64% 이상 개선한 제품에만 부여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에너지 절약 기술을 두 배 이상 향상시켜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설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고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일본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 기술을 중시하는 건 오랜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일본은 근대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에너지 파동에 시달려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미국의 자원 봉쇄에 맞서면서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생활화했다. 이어 73년 제1차 오일쇼크, 79년 제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를 덜 쓰는 기술은 일본 기업들의 공동 관심사가 됐다. 그 덕에 하이브리드카·연료전지·LED·태양전지 분야의 기술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고도 곧 잊어버렸지만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를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해왔다”며 “특히 부품 소재를 만드는 첨단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것도 관련 기술을 발전시킨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도 뒷받침됐다. 제1차 오일쇼크 이후 74년에는 ‘선샤인(Sun Shine) 계획’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78년에는 ‘문라이트(Moon Light) 계획’을 수립해 에너지절약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두 계획은 93년 ‘뉴 선샤인 계획’으로 통합됐다. 97년 9400개 주택에 총 30㎿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태양전지의 고효율화 및 양산 기술 개발이 이뤄진 것은 이 뉴 선샤인 계획의 일환이었다. 일본은 태양전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2006년 태양전지 출하량 기준으로 샤프가 세계 1위, 교세라가 3위, 산요전기가 5위에 올랐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도록 하고, 각 사업장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법적으로 강제한 것도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동력이었다. 일본 정부는 79년 ‘에너지 사용의 합리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장·사무실의 온수와 전력 사용량을 관리했다. 주요 사업장에 대해선 중·장기 에너지 소비 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97년에는 ‘톱 러너(Top Runner)’ 방식을 도입했다. 시판 제품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제품을 업계 표준으로 삼아 다른 제품들도 일정 기간 안에 그 이상을 달성하도록 한 것이었다. 설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는 벌금형에 처했다. 업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기준으로 삼으니 파급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 3월 일본은 ‘쿨 어스(Cool Earth)’ 전략을 발표하면서 또 한번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21개 핵심 기술 과제와 기술혁신 로드맵을 망라했다. 태양전지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도록 하고, LED 조명의 발광효율을 2020년까지 형광등의 두 배로 확대하며, 소비전력을 2분의1 이하로 삭감하는 내용이다. 또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용량을 1.5배로 확대해 주행 가능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일본 메이지대 이수철 교수는 “앞으로 에너지·환경 기술은 제조업체들의 필수 생존 조건이 될 것”이라며 “일본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업 부활까지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가정 부문에 대해서도 에너지 고효율 구조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도입했다. 관건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3~5년 사이에 주택용 발전기기 가격을 지금의 절반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주택 한 채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30만 엔인데 5년 안에 110만 엔 정도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지난달 발표한 지구온난화 종합대책인 ‘후쿠다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다. 후쿠다 비전은 2020년까지 신축 주택의 70% 이상을 태양광 주택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회사의 태양광 발전 상업 운전도 본격화된다. 간사이전력은 오사카 사카이(堺)시 바닷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한다. 내년에 착공해 2011년 가동할 이 시설의 발전능력은 2만8000㎾. 8000가구의 전력 소비량에 해당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태양광 패널은 샤프가 공급한다. 샤프는 이 사업을 통해 세계 2위의 태양광 발전 패널 생산 능력을 1위로 높일 수 있다.

에너지 절약 노력은 환경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 최대의 위스키 회사인 산토리는 3월부터 ‘환경녹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흙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인공 토양 ‘파후칼’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건물과 공장의 옥상에 깔고 꽃이나 나무를 재배하는 사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흙보다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는 데다 물기를 오래 보유하기 때문에 옥상 녹화 작업에 적격”이라고 설명한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산업성 장관은 “일본의 환경산업 시장을 2005년 59조 엔에서 2015년 83조 엔까지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도 잇따라 실천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본고장인 교토(京都)부는 관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교토부는 올 9월부터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그만큼 상점에서 공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CO₂ 삭감은행’을 가동한다. 이 은행은 ‘가정-상점-기업 간 3각거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은행은 어느 가구가 전년에 비해 전기·가스를 얼마나 적게 썼는지 확인한 뒤 포인트를 지급한다. 기업들은 이 은행을 통해 가정에서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사가는 대신 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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