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전자신문] 휴대폰업계,퀄컴·노키아 악수와 LG·삼성

FERRIMAN 2008. 8. 7. 10:56

ETnews

[이택칼럼]퀄컴·노키아 악수와 LG·삼성
[ 2008-08-07 ]  
 “결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라이벌이 느닷없이 미소를 가득히 머금은 채 손잡는 것은 황당함이다. 특히 선악과 호불호, 편가르기적 이분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같은 반전은 당혹스러움이다. 지난 2월 퀄컴과 노키아의 해묵은 법정다툼을 보며 “퀄컴, 적의 적은 친구”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에도 독자의 이메일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 독자는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라 적과 적이 친구가 된 황당한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의견을 보내주었다. 지난주 양사 합의로 마무리된 법정공방의 결과를 그렇게 표현했다. 물론 여기에서 ‘적’은 ‘한국 휴대폰업계’의 눈으로 바라본 상징적 명사다.

 퀄컴과 노키아가 양방 소를 취하하고 합의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래도 전쟁의 승패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언론은 누가 유리한지 분석이 한창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언론의 평가가 서로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내용상 퀄컴의 완승”이라는 시각과 “노키아가 (퀄컴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주장이 교차한다. 문제는 누구도 양사의 정확한 합의내용을 알지 못한 채 정황증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라이선스 사건 자체가 비밀보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늘상 언론에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지만 이번에는 철통보안의 양대기업이 얽혀 있다. 퀄컴의 ‘한판승’ 근거로 동원된 정황증거는 주가 폭등이다. 노키아 ‘승리’ 논리는 관련 판결의 불리함을 인지한 퀄컴이 소송비용에 치여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키아가 로열티를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드러난 사실을 정직하게 해석하면 양사의 악수다. 아니 광범위한 전략적 제휴 수준이다. 어느새 둘은 친구가 됐다. GSM과 CDMA의 맹주가 서로 도와가며, 같이 살기를 맹세한 셈이다. 실속을 누가 차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럼 우리 한국은?” “삼성, LG, 팬택은 어떻게 되는데”가 이제부터의 과제다. 우리 쪽에서 따져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당장 노키아는 로열티가 줄어들 것이다. 삼성, LG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칩과 관련기술은 어떤가. 삼성, LG 머리에서 ‘그들끼리’ 주고받을 수도 있다. 자칫 적의 전력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 맹방이라 믿고 있는 퀄컴 역시 한국 의존도가 감소하면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로열티 최혜국 조항 들어 노키아보다 유리하게 해달라고 졸라봐야 소용없다. 중국에서 입증됐다. 한국이 요구하는 기술과 칩은 총력을 기울여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개발력을 한국에 집중할 필요도 없다. 더 크고 확실한 노키아라는 파트너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노키아는 퀄컴과 합의를 마친 후 곧바로 10% 이상의 휴대폰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삼성, LG에는 황당함이 아니라 직격탄으로 변하고 있다. 모토로라 떨구고 이제 갓 3강체제를 만든 한국업계는 마땅한 대응카드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부터가 승부다. ‘적의 친구가 돼버린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에 퀄컴은 결코 등을 돌릴 수 없는 친구다. 정부와 삼성, LG, 팬택이 머리 맞대고 ‘전략적 고민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로열티 외에 퀄컴에 요구할 것과 기술개발 로드맵 등 파트너십 활용 방법을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치밀함으로 무장한 전략 전술 수립은 그 첫걸음이다. 해법이 나왔으면 정부와 업계가 보다 입체적이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품과 비즈니스 실력으로 신화를 이룬 한국 휴대폰 업계와 정부에 이제는 정치적 역량까지 강요하는 퀄컴과 노키아다.

 이 택 논설실장 et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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