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매일경제]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 굴뚝산업

FERRIMAN 2008. 8. 6. 09:31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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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10년호황 저무나

원천기술·핵심부품 빈약…경기 하강에 취약성 노출

◆위기의 한국 제조업◆

일 코스피시장에서 조선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이 선주사 대금 미납을 이유로 선박 계약을 취소한 것이 원인이지만 주가 하락 이면에는 선박시장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사실 조선업을 비롯해 철강, 기계, 화학, 자동차, 에너지 등 6대 '굴뚝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경기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정보기술(IT) 산업 이상으로 초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 약진으로 경쟁구조가 급변한 데다 올해 들어 불어닥친 원자재값 '광풍'은 경기 호황에만 기댄 채 성장해온 한국 제조업 경쟁력 문제를 원점에서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제조업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드릴십'이다. 드릴십은 강풍과 높은 파도를 견디며 심해 원유를 발굴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척당 가격이 5억~6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조선업계 '빅3'는 2005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34척을 싹쓸이했다. 척당 5억달러만 쳐도 수주금액이 17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 제조업 역사상 이런 제품이 또 있었을까. 이 같은 놀라운 '독점력'에 힘입어 한국 조선업종은 전 세계 선박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드릴십은 우리가 만들지만 핵심 부품인 드릴은 미국과 노르웨이 업체에서 척당 무려 1억달러를 주고 전량 수입하는 게 현실이다.

드릴을 만드는 미국 NOV(National Oilwell Varco)는 140년 이상 원유 시추장비를 제작해 온 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이 10조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삼성중공업 지난해 매출액은 8조5200억원,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15조5300억원이다.

수익성 지표를 들여다보면 희비가 더욱 극명하다. 지난해 NOV 영업이익률이 21%인 데 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11%와 5% 수준에 그친다. 드릴십은 언젠가 중국 업체들도 만들 수 있지만 드릴은 영원히 미국과 노르웨이 차지다.

이 같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 제조업이 지속적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장담하기 힘들다는 '위기 의식'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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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04:05: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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