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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골프 잘하는 성격 따로 있다.

FERRIMAN 2008. 9. 6. 08:59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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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잘하는 성격 따로 있다

차분하면서 냉정한 타입이 유리
속과 겉다른 포커페이스도 잘해
순하기보단 까칠한 골퍼가 굿샷

티샷할 때 뒷조가 일찍 끝내고 와서 지켜보면 꼭 미스샷을 날리는 골퍼가 있다. 흔히 말하는 '갤러리에 약한 골퍼'다.

평소에는 쑥쑥 잘 넣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1m도 안 되는 퍼팅을 짧게 쳐서 놓치는 주말골퍼도 꽤 있다. 이런 골프를 두고 무슨 일만 터지만 잘 움츠러든다고 해서 '공무원 퍼팅을 한다'고 빗대 말한다.

골프를 잘하고 못하고는 골퍼 성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 골프 심리학을 배운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택중 박사는 "딱 한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에게 환영받는 성격은 골프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성격보다는 자기 게임에만 몰두하는 성격이 골프를 잘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택중 박사는 "분명 골프를 잘하는 성격은 있다"고 잘라 말한다.

골프를 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성격은 차분하면서도 마음 속에는 칼을 품고 있는 스타일이다. 냉정하면서도 싸움닭 기질이 있는 골퍼로 사실 겉 다르고 속 다른 스타일이다.

국내 여자골프 지존인 신지애 같은 성격이 대표적이다. 신지애는 상당히 낙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웃는 얼굴 뒤에는 강한 승부 근성이 숨어 있다. 스스로 고집도 상당히 센 편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곰 같이 생겼는데 실제로는 여우였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까.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선화도 속 다르고 겉 다른 골퍼다. 도대체 그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 슬슬 미소를 지으면서도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

순한 양처럼 사람 좋은 성격인 골퍼와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까칠하기까지 한 성격인 골퍼가 내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 아마도 십중팔구 까칠한 골퍼가 이길 것이다.

타이거 우즈도 순하다기보다는 약간 까칠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감정을 속이지 않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상대방은 주눅들 수밖에 없다.

남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민망해하는 골퍼도 최고가 되기 어렵다. 주위 시선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신지애가 골프를 잘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신지애는 카메라나 갤러리가 관심을 가져줘야 오히려 힘이 난다고 말한다.

국내 남자골프 최다승(43승)을 거둔 최상호도 "우승해야 한다고 집착하기보다는 즐기면서 골프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며 "갤러리 시선까지 즐길 줄 알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도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미국LPGA에 뛰어든 초창기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땅콩' 김미현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성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박세리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미현은 '세리가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마음을 늘 품었다.

최근 '우즈 대항마'로 떠오른 앤서니 김도 지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다. 친구와 내기를 할 때도 절대로 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김미현이나 앤서니 김 모두 타고난 승부 근성을 갖췄다.

대범한 성격도 골프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성격을 가진 골퍼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극심한 긴장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샷을 한다.

반대로 별것 아닌 실수에도 안절부절못하는 성격은 골프와는 맞지 않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골퍼로 평가받으면서도 어느 순간 몰락해 버린 골퍼들이 골프사에 숱하게 많았다.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컷 통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이비드 듀발 같은 선수가 대표적이다.

다혈질인 골퍼도 자기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툭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필드의 악동' 존 댈리나 이따금 상대에게 자극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로리 사바티니 같은 스타일은 톱랭커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우즈급 골퍼'는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일반 골퍼로 따지면 급한 성격을 가진 스타일이다. 조그마한 문제에도 참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다혈질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골프 황제' 우즈나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도 사실은 상당히 다혈질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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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6 04:05:0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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