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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위안대비 원화가치 급락

FERRIMAN 2008. 9. 9. 09:31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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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한국 유학생 줄줄이 휴학

원화 환산 생활비 올해 35% 폭증…무역업체도 환차손에 고전

"중국 칭화대학 소속 중앙미술대학 디자인과 한국인 유학생 30명 중 5명이 올해 9월 시작된 새학기에 휴학계를 제출했습니다."

베이징 중앙미술대학 디자인과에 유학 중인 A씨는 "학비 부담이 너무 커져 9월부터 시작한 이번 학기에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8일 말했다.

올해 들어 원화가치 하락과 위안화 상승에 따른 여파로 중국 내 한국 교민사회, 무역업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학비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휴학하는 한국 유학생도 급증하고 있다.

인민대학 B교수는 "경제ㆍ경영학부는 1년 등록금이 3500달러로 지난해와 동일하기 때문에 휴학생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소개한 뒤 "중앙미술대, 중의학대, 베이징복장학원(패션ㆍ디자인), 영화대학 등 특수분야는 등록금이 2~3배에 이르기 때문에 휴학생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에도 유학생 휴학은 어학코스→등록금이 비싼 단과대학→일반 대학 순으로 전파됐는데 지금 유학생 위기는 2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소규모 유통상점을 운영하면서 자녀를 중국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C씨는 "가계 지출을 줄일 때 일반적으로 외식비, 기타 생활비, 교육비 순으로 줄여나가게 된다"며 "교육부문에서 충격이 드러나고 있다면 중국 교민 사회의 자영업, 수출입 무역상 등이 겪고 있는 고통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녀를 중국 중학교에 유학 보낸 이웃이 있는데 지난 학기부터 수업료ㆍ학원비가 모두 연체돼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얼마 전까지는 사업이 부진해도 주식ㆍ펀드에서 자금을 뽑아 송금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가 폭락으로 그마저도 힘든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가치 하락과 국내 경기 침체가 좀 더 이어진다면 초ㆍ중ㆍ고등학교 조기 유학생들도 상당수는 귀국길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 수는 19만5503명으로 이 중 한국 유학생은 32.9%인 6만4481명으로 단연 1위를 차지한다.

한국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에 비해 20%가량 가치가 하락한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 6% 이상 상승했다. 국내 은행에서 위안화 현찰을 구매할 때 1위안 가격은 지난해 말 137.44원에서 지난 7일에는 176.44원으로 28.4% 상승했다. 더구나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7%를 웃돈다.

지난해와 똑같은 소비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원화로 계산한 중국 생활비는 35~36%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원화가치 하락 △위안화 상승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한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여기에 올림픽 전후 비자 발급 억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한국 경제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사업ㆍ고용을 줄이자 조선족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베이징 거주 교민 E씨는 "올해 추석 선물은 아예 생략하거나 평소 때 절반 가격으로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역업자들도 고통을 호소한다. 중국에서 정미기 부품을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할 계획이던 선양 교민 L씨는 "일부 부품을 중국에서 제작하려고 했지만 위안화 상승으로 제작 원가가 국내와 비슷해 생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신규 사업을 벌이려던 사업가들이 원화로 환산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자금 마련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식품을 들여오는 K씨는 "중국으로 들여오는 물류비가 70% 가까이 올라 생각한 만큼 환율 효과는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한국 내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조선족 포함)은 모두 56만명으로 이 중 불법체류자는 10만1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올해 4월 10만5000명에서 2개월 사이 4000명 감소한 것이다.

[베이징 = 최경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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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04:05: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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