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매일경제] 시 한수, 아버지의 선물

FERRIMAN 2008. 9. 11. 09:59

아버지의 선물 - 허혜정

그는 신간서적 하나를 건네주기 위해

낡은 쏘나타를 끌고 120킬로를 달려왔다

나는 기절할 뻔했다 하기야 오늘뿐인가



사람들 속에서도 나만 보고 걷는 아버지 곁에

나는 아이만 지켜보며 걷는다

떨어진 아이의 장갑을 주워주는

이 겸손한 남자의 사랑



그가 건네준 책은 다시 나의 램프다

당신이 사랑하던 책들은 내 책장에 꽂혀 있다

당신의 언어는 나의 말 속에 흐르고 있다

혼곤한 아이가 잠들어 있는 침대맡에 기대어

성탄의 기적처럼 새 작품을 생각한다

별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