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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리먼 사태에 대한 세가지 오해

FERRIMAN 2008. 9. 17. 10:11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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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리먼 사태에 대한 세가지 오해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이후 "많이 연결돼 있으면 죽지 않는다"는 월스트리트 격언이 무너졌다. 1850년에 설립돼 158년의 역사를 가진 리먼의 파산신청은 "경험이 많으면 죽지 않는다"는 격언까지 무너뜨렸다.

금융시장의 냉혹함을 또 다시 실감케 한다. 리먼 위기와 관련된 몇 가지 오해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모색해 보자.

첫째, 리먼이 잘못된다고 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ELS를 발행한 주체는 리먼이 아니다. 국내 증권사다. 국내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리먼과 백투백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와 리먼의 관계는 투자자 관계가 아니라 장외파생상품 계약 당사자, 즉 거래상대방 관계다.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이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리먼이 아니라 ELS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의 건전성이 중요하다.

은행의 BIS 비율 8%에 해당하는 것이 증권사 영업용 순자본비율 150%인데 ELS 발행 증권사는 300% 이상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재무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다. 리먼이 어려움을 겪어도 국내 증권사가 투자원본과 수익을 지불할 수 있다.

둘째, 리먼과 거래상대방 관계에 있는 주식파생결합상품 3억9000만달러는 충분히 감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절대금액보다 집중도다. 증권사 하나가 이 정도 금액을 투자했다면 문제일 텐데 그렇지 않다. 다수 회사에 분산되어 있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신용 집중도가 가장 높은 거래상대방들을 적시하도록 되어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의해 사전적으로 거래상대방 분산이 유도되고 있다.

총수익을 주고받는 총수익스와프 형태로 실제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명목금액인 3억9000만달러보다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명목금액의 일정 부분만이 위험에 노출돼 있고 그것도 재무건전성이 매우 높은 증권사들이 계약 주체라면 문제의 가능성은 최소화된다.

셋째, 리먼이 신청한 것은 기업회생절차이지 청산절차가 아니다. 미연방파산법 제11장은 기업회생을 돕기 위한 절차다. 기업을 청산시키기 위한 연방파산법은 제7장이다. 미국의 제11장은 어떤 국가의 파산법보다 기업이 회생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ELS와 관련해 리먼과 장외파생상품 거래당사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금융사 입장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조항이 있다. 바로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동정지 조항이다. 파산법에서는 채권자 보호 못지않게 파산 위험이 경제 시스템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 파산법 제11장은 특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적격 거래상대방과 체결한 적격 재무계약에 대해서는 자동정지 조항의 적용을 면제해 주고 있다. 파산절차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상계나 계약종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리먼과 맺은 장외파생계약은 적격 재무계약의 하나인 스와프계약에 속한다고 판단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미국 파산법 전문 변호사를 통해 과연 국내 증권사들이 적격투자자에 속하는지, 리먼과 맺은 계약이 적격 재무계약에 속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 파산법 절차 검토에 앞서 할 일이 있다. 리먼과의 장외파생계약은 실제로 ISDA(세계스와프딜러협회) 표준계약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이 파산절차 신청시 종결절차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리먼발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확실하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어둠도 짙은 법이다. 충격이 혼란과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시장 모든 참가자들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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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17:58: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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