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LCD TV용 백라이트유닛(BLU) 협력사인 태산LCD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LCD업계 전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산LCD의 이 조치가 키코 사태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며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을 경고했다. 삼성전자도 BLU 수급에 차질이 올 것을 염려,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협력 사 지원방안도 강구중이다.
태산LCD가 키코 사태의 첫 희생자가 된 것은 무엇보다 환헤지 범위가 지나치게 컷던 탓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외환·산업·하나·국민·신한 등 5개 은행과 키코 계약 체결했다. 약정환율 926원에, 계약금액은 3억744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 연 수출금액의 절반 정도를 키코 계약 범위로 설정하는데 반해 태산LCD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키코로 묶었다. 올 상반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회사의 키코 관련 손실 규모는 806억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매출 3441억6500만원, 영업이익 114억7800만원을 기록했지만, 키코 손실탓에 667여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말 그대로 ‘흑자 부도’가 가시화한 셈이다.
문제는 태산LCD 사태가 자칫 LCD 업계 전체에 줄 도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업황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다 미국발 신용위기 우려로 하반기 특수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탄탄한 실적으로 업계를 주도했던 태산LCD의 위기는 여러 업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태산LCD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은 앞으로의 거래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내릴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법원이 회생절차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납품대금을 때일 수도 있다. 통합도산법에 의해 법원은 1개월 내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했다. 태산LCD의 규모에는 못미치지만 디에스LCD를 비롯, 다수 업체들이 짊어진 키코 손실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로서는 당장 BLU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중소형 BLU 최대 협력사였던 우영이 부도나면서 관련 제품 조달을 이라이콤·한울정보기술·하이럭스 등 다른 협력사로 급히 돌렸던 경험이 아직 생생하다. 실제로 BLU용 광학필름·냉음극형광램프(CCFL) 업체들이 태산LCD에 납품을 꺼리게 되면 삼성전자의 46인치 BLU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태산LCD의 협력사들에서 부품·소재를 직접 구매해 태산LCD에 공급해주고 이를 임가공시키는 이른바 ‘사급’ 형태의 조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산LCD가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그 여파가 당장 협력사들에게 미친다”며 “협력사 관리 차원에서라도 사급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