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C는 빅뱅의 순간을 1초에 6억 번이나 보여준다. 물리학자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이토록 자주 보여준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27킬로미터의 가속기에서 빛의 속도에 거의 다다른 양성자 빔을 서로 충돌시킨다는 것, 말만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 같지 않다. 하지만 LHC가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까지 실로 어마어마한 과학기술이 동원되었다.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 LHC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트랙이라고 위에서 이미 얘기했다. 양성자 빔이 거의 빛의 속도에 이르도록 달리려면, 그 안에 방해꾼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LHC는 태양계에서 가장 비어있는 최고의 진공상태이다. 한편 LHC의 모양도 중요하다. 자동차 경주나 싸이클 경기를 보면 차나 자전거가 빠르게 달리다가 트랙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있다. 그런데 빛의 속도에 거의 가깝게 도는 양성자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이 초전도 자석은 LHC에서 최고의 익스트림 기술이다. 9300개나 되는 초전도 자석은 그냥 초전도 자석이 아니다. LHC의 초전도 자석은 영하 271.3도에서 작동된다. 절대온도로 따지면 1.9K이다. 외계문명이 더 차가운 장치를 개발하지 않은 한 LHC의 초전도 자석은 우주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자랑한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뜨거운 곳을 만들기 위해 가장 차가운 장소를 만들어야 했던 셈이다. 참고로 절대온도 0K는 -273.15도이다. 이전 계획이 실패했던 이유 이렇게 초극저온이 아니었다면 LHC는 실패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과거에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한때 미국에서 건설하던 초전도 초대형 입자가속기(Superconductiong Super Collider, SSC)가 바로 그것. SSC는 1987년부터 미 텍사스 주에 건설하기 시작했던 초대형 가속기였다. 이 가속기 역시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획으로 건설되던 세계 최대 가속기였다. 둘레 길이가 LHC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인 87킬로미터나 되었다. SSC는 이름에서처럼 LHC와 마찬가지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는 가속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쓴 초전도자석은 4.5K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초전도자석이어서 LHC처럼 빅뱅을 재현하려면 가속기 둘레 길이가 무려 87킬로미터나 되어야 했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1993년에 미 정부가 이 계획을 중지시켰다. SSC의 실패를 거울삼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이전의 가속기가 사용하던 터널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27킬로미터인 것이다. 문제는 둘레가 작아진 만큼 자석이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9K에서 작동되는 초전도 자석을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극초저온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LHC에 문제가 생기면 실험은 꽤 오랫동안 중단된다. LHC를 고치려면 우선 1.9K의 초전도를 실온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5주가 걸린다. 고친 후에도 또다시 5주가 걸린다. 이때 1만톤의 액체질소로 -193.2도(80K)까지 떨어뜨린 다음 60톤 정도의 액체 헬륨을 채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빅뱅을 재현하고도 신의 입자, 힉스를 찾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된다.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9.1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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