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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LHC' 신의 입자,힉스를 찾을 수 있을까?

FERRIMAN 2008. 9. 18. 08:35

사이언스 익스트림의 총아, ‘LHC’ 신의 입자, 힉스를 찾을 수 있을까? (2) 2008년 09월 18일(목)

▲ 지난주 9월 10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LHC의 첫 가동을 지켜보고 있다. 
21세기 과학난제 지난주 세계 최대 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빅뱅’의 순간을 재현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껏 기대를 받고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 ‘한성주, 빅뱅도 몰라본 굴욕사건’이라는 카피가 화제가 되었다.

이 두 뉴스를 접한 누군가는 이 글만 보면 ‘아! 이제는 우주탄생 순간의 대폭발을 의미하는 빅뱅을 모르면 굴욕적일 정도로 과학이 대중화되었구나!’ 하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인 한성주 씨가 몰라본 빅뱅은 그것이 아니었다. 인기 아이돌인 빅뱅을 몰랐던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기가수 빅뱅이 있는지 몰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인기가수 빅뱅을 모르면 이런 창피를 당하지만, 우주탄생의 빅뱅을 모른다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만약 그 반대라면 어떨까? 그랬다면 2008년 9월 10일은 물리학자나 과학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도 특별하고 기대되는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의 입자인 힉스를 찾기 위해 빅뱅을 재현하려고 하는 LHC의 성공적인 첫 가동은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였을 게 분명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레이스트랙

지난주 글에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가 일명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힉스 입자는 모든 물질이 질량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를 찾으려면 빅뱅의 순간을 재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가속기 LHC는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어떻게 빅뱅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우선 LHC의 우리말을 살펴보자.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거대와 가속기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강입자란 말은 정말 강하게 낯설다. 그런데 여기에 의미가 있다.

물리학에서 힘은 4종류가 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다. 이 가운데 강력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묶어두는 힘이다. 이 강력에 반응하는 입자가 바로 강입자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강입자는 바로 양성자와 중성자이다.

LHC에서는 양성자를 이용한다. 그러니까 거대강입자가속기, LHC는 강입자인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거대한 가속기란 얘기이다.

지난주에 얘기했듯이 LHC는 지하 100미터 아래 둘레가 27킬로미터가 되는 원형가속기이다. 이 27킬로미터의 원형가속기에는 두 개의 관이 있다. 이 두 개 관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양성자 빔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우주의 한계속도인 빛의 속도의 99.99퍼센트로 빠르게 돈다. 1초 동안 양성자 빔은 27킬로미터의 가속기를 무려 11,245번이나 돈다. LHC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레이스트랙인 셈이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뜨거운 곳

빅뱅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양성자 빔을 정면충돌시킴으로써 만들어진다. 이때 충돌 에너지는 양성자 자신의 질량보다 1만4천배나 크다. 그동안 인류는 양성자 질량의 1천배 가량 되는 에너지 영역을 탐사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양성자 빔이 정면충돌하면서 얻어지는 에너지는 마치 빅뱅의 순간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다. 이 충돌로 인해 온도는 태양 중심보다 10만배 이상 뜨거워진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되는 것이다.

▲ 빛의 속도의 99.99퍼센트로 이동하는 양성자 빔을 정면충돌시킴으로써, 빅뱅과 같은 막대한 에너지가 생겨나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하지만 찰나와 같은 순간만에 이 막대한 에너지는 질량을 가진 입자들로 바뀐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에 따라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질량이 큰 입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 바로 양성자보다 100내지 200배나 질량이 큰 힉스 입자도 생겨날 것이다. LHC는 빅뱅 직후 10억분의 1초 동안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바로 이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LHC는 빅뱅의 순간을 1초에 6억 번이나 보여준다. 물리학자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이토록 자주 보여준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27킬로미터의 가속기에서 빛의 속도에 거의 다다른 양성자 빔을 서로 충돌시킨다는 것, 말만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 같지 않다. 하지만 LHC가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까지 실로 어마어마한 과학기술이 동원되었다.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

LHC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트랙이라고 위에서 이미 얘기했다. 양성자 빔이 거의 빛의 속도에 이르도록 달리려면, 그 안에 방해꾼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LHC는 태양계에서 가장 비어있는 최고의 진공상태이다.

한편 LHC의 모양도 중요하다. 자동차 경주나 싸이클 경기를 보면 차나 자전거가 빠르게 달리다가 트랙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있다. 그런데 빛의 속도에 거의 가깝게 도는 양성자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 지하 100미터 아래 27킬로미터 길이의 터널 안에는 -271.3도에서 작동되는 초전도 자석이 9300개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LHC를 도는 양성자도 트랙이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길을 벗어난다. 문제는 워낙 에너지가 커서 이 경우 실험 장치에 구멍을 뚫을 정도로 손상을 남긴다. 실제로 2007년에 그런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과학자들은 양성자의 탈선을 막는 9300개의 초전도 자석 가운데 24개를 재정열해야 했다.

이 초전도 자석은 LHC에서 최고의 익스트림 기술이다. 9300개나 되는 초전도 자석은 그냥 초전도 자석이 아니다. LHC의 초전도 자석은 영하 271.3도에서 작동된다. 절대온도로 따지면 1.9K이다. 외계문명이 더 차가운 장치를 개발하지 않은 한 LHC의 초전도 자석은 우주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자랑한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뜨거운 곳을 만들기 위해 가장 차가운 장소를 만들어야 했던 셈이다. 참고로 절대온도 0K는 -273.15도이다.

이전 계획이 실패했던 이유

이렇게 초극저온이 아니었다면 LHC는 실패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과거에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한때 미국에서 건설하던 초전도 초대형 입자가속기(Superconductiong Super Collider, SSC)가 바로 그것.

SSC는 1987년부터 미 텍사스 주에 건설하기 시작했던 초대형 가속기였다. 이 가속기 역시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획으로 건설되던 세계 최대 가속기였다. 둘레 길이가 LHC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인 87킬로미터나 되었다.

SSC는 이름에서처럼 LHC와 마찬가지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는 가속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쓴 초전도자석은 4.5K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초전도자석이어서 LHC처럼 빅뱅을 재현하려면 가속기 둘레 길이가 무려 87킬로미터나 되어야 했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1993년에 미 정부가 이 계획을 중지시켰다.

SSC의 실패를 거울삼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이전의 가속기가 사용하던 터널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27킬로미터인 것이다. 문제는 둘레가 작아진 만큼 자석이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9K에서 작동되는 초전도 자석을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극초저온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LHC에 문제가 생기면 실험은 꽤 오랫동안 중단된다. LHC를 고치려면 우선 1.9K의 초전도를 실온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5주가 걸린다. 고친 후에도 또다시 5주가 걸린다. 이때 1만톤의 액체질소로 -193.2도(80K)까지 떨어뜨린 다음 60톤 정도의 액체 헬륨을 채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빅뱅을 재현하고도 신의 입자, 힉스를 찾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된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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