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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만나고 싶은 느낌들게 자기소개서 쓰세요

FERRIMAN 2008. 9. 24. 22:31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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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느낌들게 자기소개서 쓰세요"

김동원 금감원 부원장보

◆NIE 특강 / 숙명여대◆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은행에서 장기대출 받았다'는 기업 광고가 나오곤 합니다. 돈 빌린 게 광고할 만한 일일까요?"

지난 10일 '매경-숙명여대 NIE 특강'에서 2학기 첫 강사로 강연을 펼친 김동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강의 중 이런 질문을 던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기업은 빚이 있다'는 게 굳이 내세울 사실은 아닐 듯싶다. 어리둥절해 하는 학생들에게 김 부원장보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갔다.

"은행에서 장기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권에서 신뢰받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은행에서 장기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그 기업 경영상태가 견실하다는 증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김동원 부원장보는 이날 금융과 연애, 결혼을 연결짓는 등 다양한 비유를 통해 흥미진진한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결혼정보회사는 왜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그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고(정보비용 발생) 또 만나기도 어렵죠(거래비용 발생). 이 사람과 나를 연결지어 주는 구실을 합니다. 금융회사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필요하지만 어느 곳에서 돈을 빌려야 할지 모르는 차입자들에게 대부자를 이어주는 게 금융중개회사 기능입니다."

결혼을 하려 해도 배우자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결혼정보회사가 존재하듯, 차입자와 대부자를 이어주는 매개로 금융회사가 탄생했다는 얘기다.

김 부원장보는 "(차입자와 대출자 간에)서로 속을 모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연애와 마찬가지"라고 말을 이어갔다. 서로 속을 모른다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뜻한다. 그래서 자금 수요자에게는 도덕적 해이, 자금 공급자에게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역선택이란 차입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일단 고금리를 지불하려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불량한 차입자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산위험이 높지만 높은 금리를 내겠다는 사람이 먼저 선택된다는 것이다. 또 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약속을 위반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연애도 결혼도 무조건 피할 수는 없듯 금융회사도 '신뢰'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김 부원장보는 강의 말미에 "입사 지원을 할 때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력서를 쓰라"는 조언을 해줬다. "맹목적인 자격증 모으기만으로 어려운 취업 관문을 뚫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진솔하게 자기 매력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박소운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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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3 20:45: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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