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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우선 현재 느끼고 있을 상실감에 위로를 전합니다. 회사가 3자에게 넘어가고 일자리를 잃는 것은 혈육이 죽은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충격과 슬픔·울화·혼돈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상당 기간 우울한 기분에 젖기 십상입니다. 같은 처지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비탄에 젖어 나쁜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메릴린치 임직원 6만 명과 리먼브러더스의 2만6000명이 모두 환한 미소를 짓고 생기발랄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 재기를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리먼 사람들은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 악순환에서 속히 탈출하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메릴린치 직원들은 상실감이 남다를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독립적으로 생존하면서 무리를 호령했습니다. 그런데 한순간 거대 금융그룹의 자회사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메릴린치 직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수자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위기 순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성공시키는 데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메릴린치 사람들이 보기에 BOA 문화와 일처리 방식 등이 낯설 수도 있습니다. 메릴린치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인수된 회사 사람들이라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새 주인이 불평을 듣고 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평분자가 통합을 더디게 하고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화근을 잘라내 버려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순간입니다. 더욱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그저 그런 실적을 낸 중간 간부라면 새 주인 눈에는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당신이 불평하고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입니다. 메릴린치 사람들은 과거의 영광은 기억하되 한쪽으로 밀쳐놓아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BOA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BOA의 미래 성공이 낳을 과실을 함께 따먹으려고 해야 합니다.
리먼 사람들은 더 힘겨운 앞날을 각오해야 합니다. 회사가 사실상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당연히 다른 금융회사에서 쫓겨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상황이 답답하기 때문에 낙담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행동해야 합니다. 이참에 휴식을 갖고 쉬고 싶기도 하겠지만, 당장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가뜩이나 줄어든 일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당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눈을 크게 뜨고 폭넓게 일자리를 물색해야 합니다. 이때 좋았던 시절은 빨리 잊어야 합니다. 급여 등 조건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받아들여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기대 수준을 낮추면 해고된 직장에 다시 취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실적 악화가 아니라 엄청난 충격이 휩쓸고 간 월스트리트에서 그런 기회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리먼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며 새 출발을 설계해야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고요? 좋았던 시절만큼 좋은 일자리를 발견하는 일도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메릴린치나 리먼브러더스 사람들이 우리 부부의 말을 선뜩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화가 나면 분통을 터트려라’라는 말을 듣고 싶겠지요. 하지만 특수한 상황은 비범한 해결책을 요구합니다. 나날이 힘겹기 때문에 좋았던 시절이 더욱 그립겠지요. 우리는 그런 옛날을 잊고 미래를 향해 돌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