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엔 강세'에도 대일 적자 늘어만 간다

FERRIMAN 2008. 10. 10. 10:47

기사 입력시간 : 2008-10-09 오후 6:53:22
‘엔 강세’에도 대일 적자 늘어만 간다
부품·소재 수입 의존 높고 수출은 중국에 밀려
일본 기술자 영입, 온라인 시장 공략이 돌파구
‘환율이 오르면 수입이 줄고, 수출이 늘어난다’. 이런 상식이 특히 대일 무역에선 통하지 않는다. 원-엔 환율은 연초 100엔당 840원에서 1373원으로 60% 뛰었다. 그런데도 일본제 수입은 줄긴커녕 불어난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255억 달러. 이런 추세면 올해도 지난해(299억 달러)에 이어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제 부품·소재로 수출품을 만드는 구조다. 그래서 환율이 올라도 수입이 느는 것이다. 한편에선 한국산 소비재가 값싼 중국산에 밀려 일본 시장에서 설 땅이 줄었다. 이런 샌드위치 신세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퇴직 기술자를 영입한 기업, 틈새시장인 온라인 쇼핑몰을 공략한 기업의 예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일본제 수입 줄이려면=인천의 유압기기 전문회사인 코팩엔지니어링 공장. 가느다란 쇠막대기를 기계에 넣으면 가공단계를 거쳐 콩알만 한 유압 밸브가 나온다. 이는 이 회사가 만드는 유압파워팩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월 1억원어치씩 전량 수입해 왔지만 최근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수입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재료비로 손수 생산한다. 김승구 대표는 “유압부품 개발 노하우를 가진 일본 기술자의 지도로 다섯 달 만에 개발했다”고 말했다. 70세의 퇴직 기술자 나카무라 요시오가 주인공. 4월부터 이 공장에 와서 기술 지도를 해 왔다. 그는 “한국은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가 우리나라(일본)보다 훨씬 부족하다. 특히 용접·열처리 같은 기초 분야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올해부터 14개 한국 업체에서 이런 일본 기술자 유치 사업을 벌였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중소업계는 일본 단카이(團塊) 세대 기술자를 영입해야 현장 핵심 부품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7~49년 베이비 붐 때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700만여 명으로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했다.


◆일본 수출 늘리려면=온라인 패션몰을 운영하는 모즈인터내셔널은 4월 일본 G마켓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 동대문시장 100여 군데 업체의 패션상품을 오픈마켓에서 판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아요. 여성 의류의 디자인이나 품질은 일본에 뒤지지 않아요.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요.” 서현우 과장의 말이다.

의류는 과거 대일본 최대 수출 품목의 하나였다.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의 저가 공세에 밀려난 지 오래다. 사실상 닫혔던 일본 패션시장을 한국 업체들이 온라인을 타고 재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 온라인 시장 규모는 5.3조 엔으로 전년보다 21.7% 커졌다. 한국의 네 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G마켓의 김효종 도쿄지사장은 “일본의 재래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신용을 오래 쌓지 않으면 범접하기 힘들다. 그런 제약이 적은 온라인 시장이 초보 중소 수출업체엔 적당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하면 유통 비용을 확 줄여 마진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큰 온라인 쇼핑몰은 일본법인만 입점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다음달 초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 ‘한국상품방’을 열 계획이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