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 일 안 해도 60시간 수당
51개 기업 노사 단체협약 분석해보니 대기업·공기업 노조, 경영권 침해 여전 “회사에 인사권” 명시 37곳 중 14곳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올해 7일간 파업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소형차 수출 물량이 부쩍 늘어나 바쁜 1공장과 3공장 근무자는 1인당 400만~5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못 받게 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는 예외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진석 이사는 “노조 전임자에게는 파업 중에도 특근수당까지 모든 임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단체협약에 따라 ‘동일 근속 평균급 이상’을 받는다.
권혁태 노동부 노사갈등대책과장은 “노조 간부는 파업해도 임금을 받고, 타결되면 격려금까지 챙기는 이중의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기아자동차·삼호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전임자에게 무조건 월 50~60시간의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해놨다. 전임자는 일을 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권력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인사권에서부터 하도급, 정비공장 개설, 신기술 도입, 해외 현지 공장 운영, 차세대 차종 개발과 같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의사 결정 대부분을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이 대기업 21곳, 공기업 16곳, 중소기업 14곳 등 51개 기업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회사에 인사권이 있다’고 단협에 적시한 대기업은 10곳, 공기업은 4곳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9곳(64.3%)에서 경영·인사권이 회사의 고유권한임을 단협에 명시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크고, 공적 성격을 띤 곳일수록 경영·인사에서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해결하는 곳은 소방검정공사 한 곳이었다. 올해 말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노·사·정 간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한라공조, 삼호중공업 등 대다수 대기업은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겹치는 날짜만큼 쉬도록 단협에 명시해놨다. 공기업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조항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조합 활동을 현저히 해롭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채용을 못하게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조합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유해를 끼쳤을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토록 하고 있다.
김정한 연구위원은 “단체협약을 보면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는 또 다른 경영진이라고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흡사 1960년대 일본 닛산 노조의 ‘시오지 천왕’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당시 닛산에선 노조에 밉보이면 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었고, 노조위원장은 사장급 대우를 받았다. 회사의 인사·경영과 관련된 사안은 노조위원장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 24년간 노조위원장을 지낸 시오지 이치로(鹽路一郞)의 이름을 따 시오지 천왕이란 말이 나왔다.
김기찬 기자
◆노조 전임자=회사 업무는 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보는 조합원이다. 국내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그동안 회사가 부담해 왔다. 2006년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2010년부터는 노조원의 조합비로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충당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회사가 노조를 지배하거나 노조 업무에 개입하는 것으로 여겨져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