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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가을 이메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2008년 10월 10일(금)
사타 라운지 다음 대중가요 중 작시가가 잘못 짝지어진 것은? ① 양희은의 ‘세노야’ - 김수영 작시, ② 최양숙의 ‘가을편지’ - 고은 작시, ③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작시.
굳이 편지를 쓸 필요도 없다. 그보다 훨씬 편리한 이메일이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배달시간을 대폭 단축시켜준 이메일은 종이 소비의 감소와 더불어 우편비용의 절감이란 효과를 낳은 장본인이다. 또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다수의 인원에게 동시에 편지를 발송할 수 있으며,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도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화로 전달하던 내용까지도 요즘엔 웬만하면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한 취업업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일과의 시작을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직장인이 50%를 훌쩍 넘고 있다. 차를 한잔 마신다거나 하루 업무를 메모하는 것부터 시작하던 사무실 풍경을 이메일이 그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직장인들이 이메일을 관리하는 데 매일 거의 1시간씩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 중 절반 정도는 휴가 때나 공휴일에도 거의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들의 경우 거의 절반이 부모로부터 직접 충고를 듣기보다는 이메일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이메일의 열풍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이메일 주소만으로 택배를 보낼 수 있는 택배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 서비스는 홀로 사는 여성 등 개인정보를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과 더불어 이메일은 독소적인 단점 또한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고은 시인의 ‘가을편지’에도 이미 예견(?)되어 있다. 힌트는 바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는 구절. 이메일 함을 열어보면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구애를 하고 있는 스팸메일이 가득하다. 스팸메일의 제목도 갈수록 진화하여 ‘핵전쟁 발발’아니 ‘대통령 사망’ 등의 얼토당토않은 뉴스거리의 가면을 쓴 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 스팸메일을 잘못 열었다간 컴퓨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지뢰밭을 지나듯 조심스럽게 필요한 이메일만을 골라내야 한다. 때문에 이메일을 보낼 때도 상대방을 고려해서 제목에 전달내용이 최대한 잘 드러나도록 신경 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 하나, 이메일로는 ‘가을편지’처럼 낭만적이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진실된 내용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친한 동료나 친구끼리 주고받는 사적인 이메일도 조크나 유머 등의 가벼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메일은 왜 편지의 자리를 대신하고도 편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상실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과 연관이 있는 연구결과 하나가 최근 발표되었다. 미국 리하이대의 연구팀이 MBA 과정 학생들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이메일과 종이편지를 통해 그 돈을 누군가와 분배하라고 했다. 그 결과, 종이편지보다 이메일을 이용할 때 상대방에게 속이는 돈의 액수와 거짓말 정도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할 경우 자신의 필체나 느낌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메일 인터뷰를 많이 해본 한 외국기자의 경우, 이메일로 받는 답장은 마치 통조림에서 방금 꺼낸 것처럼 무미건조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은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올 가을에는 무미건조한 내용이나 조크 대신 자신의 느낌을 잔잔히 담은 멋진 이메일 한 장을 가까운 이들에게 띄워보는 것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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