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라는 게 나 죽는 날까지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인지 알 날이 있을 거다." "찌들어살다보면 한 때 좋았던 게 왠수같단 말이야", "더구나 너 때문에 무자식 상팔자 부러운 날 수태 많았다면 날더러 엄마 자격 없다고 할래?", "누군들 자기 인생이 그렇게 마음에 들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늙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연민이 없는 자식은 부모를 쓸쓸하게 만든다"
![](http://dklee.icon.or.kr/pds/file1/motherppul-03.jpg) <'엄마가 뿔났다!'의 한장면>
지난주에 KBS 2TV가 종영한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나온 대사입니다. 엄마 한자(김혜자)가 가끔씩 독백처럼 내뱉는 대사이지만, 시청자의 가슴을 후벼파며 상념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보았습니다만, 어떤땐 왠지 끌려서 KBS2TV 사이트에 가서 '다시보기'로 본 적도 있습니다.
우선 저의 소감을 먼저 얘기하겠습니다. 엄마인 한자(김혜자)의 일년간의 휴가는 도가 지나쳤다고 봅니다. 극중에서도 맏딸의 대사로 나왔지만 이땅의 엄마치고 그 정도 고생하지 않고 사는 엄마가 있습니까?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시누이로서, 시어머니로서.... 그들은 숙명처럼 인고의 세월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므로서 이 땅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하였지 않습니까? 이 땅의 아버지들도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좋은 벗으로서.....그런 마음고생없이 살아가지 않을 겁니다.
![](http://dklee.icon.or.kr/pds/file1/motherppul-02.jpg) <내키지 않게 아내를 휴가 보내고 하릴없이 몇번씩 전화하는 남편>
"자식이라는 게 나 죽는 날까지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인지 알 날이 있을 거다." 그렇습니다. 자식이란 어쩔 수 없이 무겁지만 버릴 수 없는 업보입니다. 그들이 몰라준다고, 야속하다고, 철없다고..... 그런들 다 우리들 부모들의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입니다. 알날이 없으면 또 어쩌겠습니까? 그런데로 달래고 달래면서 같이 가야할 가족이지 않습니까?
드라마 내용중에 무엇보다 흥미 있었던 것은 백일섭-김혜자 부부와 이순재-전양자 커플의 대조적인 모습인 것 같습니다. 김혜자는 1년이라는 장기휴가를 받고 집을 나와 단촐한 오피스텔을 얻었습니다. 붓글씨도 쓰고, 전시회도 가고, 식사모임에도 가는 등 나름대로 혼자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나는 건 상대적으로 아내의 공간이 크게 느껴진 백일섭은 처량한 신세입니다. 마치 우리들 모두의 모습인 것 같아서입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마치 제가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실감을 주더군요.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하는 모습, 이에 짜증이 나는 김혜자의 연기는 정말 실감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남편 백일섭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혼자 안방을 걸레질 할 때는.. 처량하기까지 하더군요. 에이 못난 남편이라구..... 아내와의 통화 중 "나쁜 계집애!"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을 때 김혜자가 재밌어 하는 장면에 은근히 부아가 나기까지 하였습니다.
![](http://dklee.icon.or.kr/pds/file1/motherppul-01.jpg) <황혼기에 만난 이성과의 단란한 데이트>
하지만 제게 있어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이순재와 전양자의 재회였습니다. 이른 아침 잠결에 받은 전양자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랜 이순재는 한국에 왔다는 소식과 함께 산책하자는 말에 어린애처럼 들뜨게 됩니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두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더라도 변하는 것은 외모지 마음은 늘 청춘이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나이가 저분들과 같아졌을 때 여자를 보는 감정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2-30대에는 50대만 되어도 어른들은 부부생활을 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아들에게만 알리고 둘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의 어색한듯한 마주함은 리얼의 극치였습니다. 또 '저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외로움을 좀더 그 분들의 입장에서 봐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 우리의 눈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그분들의 눈높이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주저리주저리 보내 봅니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된 것도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