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중앙일보]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려면

FERRIMAN 2008. 10. 11. 20:48

기사 입력시간 : 2008-10-11 오전 12:24:47
[과학 칼럼]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려면
2004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주탐사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달에, 2040년께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인류는 100㎞ 정도의 우주 준궤도를 다녀오거나 300~400㎞의 저궤도에 위치한 우주정거장에 나가 활동해 오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1969~72년 사이 아폴로 유인우주선을 통해 38만5000㎞ 떨어진 달을 방문했던 임무가 가장 긴 여행이었다.

우주 역사상 아직 인간이 직접 다른 행성을 탐사한 적은 없었다. 지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유인탐사가 가능한 행성이 화성이다. 열악하지만 그나마 지구 환경과 조금은 닮았기 때문이다. 태양 근처에 위치한 수성과 금성은 너무 뜨거워 우주인 방문이 불가능하다. 반면 화성을 벗어나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져 태양빛이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 토성의 경우 지구에서 받는 태양빛의 1%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인간의 화성 탐사 여행에는 여러 가지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천문학적 소요 비용을 차치하더라도 다양한 기술적·물리적·사회적·심리적 문제에 직면한다. 지구와 화성이 태양 주위를 다른 주기로 공전하기 때문에 수억㎞의 장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인간이 화성을 방문하고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임무에 따라 500~1000일 정도 소요된다. 먼저 우주 방사선과 무중력에 인체가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건강상의 문제가 대두된다. 우주인의 심리적 영향도 극복해야 한다. 우주인은 우주여행 중 칠흑과 같은 어둠 속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립감, 외로움 등을 안고 비행해야 한다. 97년 무인 화물선이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와 충돌해 모듈에 구멍이 생기고 진공에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미르를 버리고 탈출해야 한다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 우주인이 자살을 결심했다. 다행히 우주인은 일정 시간 수면 후 마음을 바꿔 자살 사고는 방지했다. 죽음에 대한 그림자는 우주인 주위를 항상 맴돌고 있다.

밀폐된 우주선 내에서 혹독한 환경에 장기간 견디려면 우주인에게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 지구궤도 탐사나 달 탐사 임무와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우주를 항행하는 동안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정해진 시간 외에는 귀환이 절대 불가능하다. 맥가이버처럼 다양한 기술과 재능을 가진 순간 대응력이 뛰어난 우주인이 필요한 이유다. 화성탐사선에는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물자보급선도 따로 없다. 물은 무게 때문에 최소의 양만 운송하고 필요한 물은 우주인의 소변을 정제해 사용해야 한다. 우주에서의 수면 부족은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우주선이 행성 간 궤도에 들어서면 지구와의 실시간 통신도 불가하다. 20분 이상의 시간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행성 간 우주여행 중 실시간 화상통화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일 뿐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장기간 다른 우주인과 생활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 요소다. 84년 우주정거장 미르에 머무르던 한 우주인이 자기를 바로 귀환시키지 않으면 동료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다행히 지상관제소와의 대화 후 무마되었다. 위기상황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팀워크가 필요하다.

화성 탐사는 인류의 우주여행 중 가장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지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심리적으로 공황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에서는 우주에서의 심리적 붕괴를 막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결국 화성 탐사 우주인은 신체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심리적·사회적 적응을 위한 유연성도 지녀야 한다. 화성 탐사를 위해 빛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추진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여러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것이다. 인간 대신 완벽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 보내는 방안도 생각해볼 일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