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얼씨구 나노 기술, 위험할 수도 있잖아!
“나노 기술이 뭐야?”라는 질문에 “얼씨구 절씨구 니나노여,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좋은 것이야” 하는 식의 농담이 있었다. 나노 기술(NT)은 정보전자 기술(IT)·바이오공학 기술(BT)·환경에너지 기술(ET) 등과 더불어 제2의 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사회를 주도할 4대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나노 기술은 10억분의 1m 세상을 다룬다. 이것이 얼마나 작은 크기인지 일반인은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하여튼 옛날에는 다루지 못했던 크기를 측정·관찰하고 필요한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능력을 인류 사회가 확보했다는 의미다.
약간 과장하면 특수 폭탄을 장착한 나노 크기 잠수함이 인체 내에서 암세포만 찾아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연(蓮)잎 효과’를 활용한 얼룩이 지지 않는 코팅 기술, 노화 방지 나노 화장품, 나노 촉매를 이용한 무공해 환경 기술 등이 그러한 예다.
그 외에도 나노 기술를 표방한 세탁기·냉장고·TV 같은 가전제품도 있고, 수퍼마켓에서는 항균성을 지닌다는 도마·행주·양말도 접할 수 있다. 나노 기술을 사용했다 하면 고급 기술로 여기고 명품에 웃돈 주듯 아깝지 않다는 마음 구석도 있다. 특히 입시철인 지금 뚜렷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자녀를 가진 학부모에게는 무지갯빛 산업사회를 다룬 나노 특집 기사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불붙은 나노 기술 경쟁에서 뒤질세라 한국도 나노 기술 선진 3대국 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노 기술 시장이 2014년이면 세계 제조업 시장의 15%인 2조6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나노 분야 원천기술 확보에 혼신을 기울여야 할 형편이다. 다행히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 정책이 뒷받침되고 경쟁력 있는 연구진의 노력 덕분에 세계 4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간과 환경에 대한 나노 기술의 유해성 여부가 세계 각국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 나노 입자가 쥐의 폐조직을 손상시킨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후에도 나노 입자의 독성을 보고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나노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생체에 쉽게 들어오고 쉽게 축적돼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노 기술 등장 이전에도 자연계에는 나노 크기의 미세먼지·화산재·타이어 가루 같은 것이 존재했다. 문제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반응성을 부여한 나노 입자들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나노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나노 기술을 무분별하게 적용하거나 환경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나노 입자를 포함한 폐기물을 부적절하게 폐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나노 기술에 대한 부적절한 사용 가능성에 대한 전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이나 그린피스는 최근 입증되지 않은 나노 기술이 경고 없이 식품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노 기술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국내 시민사회도 나노 기술의 책임있는 사용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환경부가 발표한 나노 물질 안전성 관리를 위한 로드맵은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극심한 수돗물 불신과 촛불시위 후유증을 겪은 광우병 파동에서 볼 수 있듯 복잡한 과학 기술지식이 매개되어 있는 국민 건강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들은 시민사회와의 적절한 의사 소통이 없는 경우 국민 통합과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극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시민이 모르는 사이에 나노 제품 속의 나노 물질 위해성이 밝혀지면 위해성의 크기와 상관없이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나노 기술 강국을 추구하는 국가정책에도 부정적 결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나노 기술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간직하면서 나노 기술 관련 산업을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지만 나노 기술의 부작용에 대해 일반 시민이 갖는 두려움과 소통해 미리미리 대처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한 나노 기술의 건강 위해성을 다룬 심포지엄에서 언급된 것처럼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는 말을 다시 새겨둘 필요가 있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