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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수다쟁이 의사 선생님 | ||||||||||
하지만 난 항상 병원 문을 나설 때면 뭔가 찜찜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이 병이 낫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을 듣지도 못했고, 도대체 왜 이 병에 걸렸는지 듣지도 못했는데 처방전 한 장 달랑 손에 들고 나서는 게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빨리 말하다 보니 몇 가지 증상을 빼놓고 말한 것도 후회됐다. 결국 병원에 다녀와도 병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결국 내가 의존해야 하는 건 인터넷 검색이다. 한번은 병원에 다녀와 인터넷으로 병에 대해 알아보는 내 모습에 화가 났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면 미리 수첩에 질문할 것을 적어가기로 했다. 내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과 병에 관해 궁금한 것들에 대해 말이다. 수첩을 들고 취재하듯 묻는 나를 이상하게 여긴 의사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병원문을 나서는 내 마음은 한결 안정됐다. 왜 대부분 의사 선생님은 말이 적은 걸까? 환자가 묻기 전에 먼저 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물론 하루에 봐야 하는 환자가 많긴 하지만 말 한두 마디 더 해주면 참 좋을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는 것은 단순히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전문적인 사람과 이야기를 하여 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주변 사람들과 병원 이야기를 하다 의사들은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만 하는 직업인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저기요, 쑥스럼쟁이 의사 선생님보다 수다쟁이 의사 선생님이 좋다고요! [김혜정 소설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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