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타임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보여준 과학과 마법의 의미

FERRIMAN 2009. 7. 31. 09:28

과학자는 마법사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타난 과학-마법의 의미들 2009년 07월 31일(금)

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어릴적부터 안경을 써온 사람들은 몇번쯤 렌즈가 깨져 난처해진 경험이 있다. 플라스틱 렌즈가 대중화되기전 유리알로 만든 렌즈는 특히 잘 깨져 불안했다.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슬쩍 떨어지기만 해도 렌즈가 산산히 깨져 하루종일 일을 보지 못한 날도 많았다. 특히 난시나 근시가 심하면 안경 렌즈는 더 쉽게 깨졌다. 오목 렌즈는 중앙이 얇고 가장자리가 두꺼워야 하는데다 시력이 나쁠수록 굴곡은 더욱 심해 툭하면 안경이 깨졌다. 안경의 추억은 달지 않다.

안경이 떨어졌을 때 안경에 가해지는 충격이 렌즈 전체에 골고루 분산되면 렌즈가 깨지지 않을 수 있다. 원시들이 쓰는 안경알은 볼록렌즈로 충격이 안경알 전체로 퍼져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근시들이 쓰는 안경은 그 반대다. 렌즈 중앙이 얇아 순간적인 충격량이 얇은 면에 집중돼 압력이 높아지면서 유리가 깨진다. 가장자리로 부터 받은 충격적인 힘이 중앙으로 뭉쳐지기 때문에 렌즈 중앙이 얇은 렌즈가 더 높은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 깨진 안경 렌즈를 복원하는 마법  ⓒ해리 포터

유리는 모래 속에 들어있는 규석과 탄산소듐을 1천여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다. 규소가 소듐과 결합하고 탄산은 가스로 방출되면 투명한 유리가 만들어진다. 더 높은 온도에서 기체가 더 많이 빠져나가면 안경에 쓸 수 있는 보다 투명한 유리를 얻을 수 있다. 고온의 유리유체는 상온에서 급격히 식으면서 굳어진다. 고체 물질은 각 분자가 단단한 결합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깨지고 나면 그 힘을 복원할 수 없어서 상온에서는 다시 붙지 않는다.

1998년 출간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은 2002년 영화로 다시 만들어졌다. 1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비슷한 여러 마법같은 이미지가 가득 차 있지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는 이외의 소소한 마법 소품을 새로 그려준 것이 특징이다. 해리 포터는 시장을 거닐다 안경이 깨진다. 포터를 만난 헤르미온느는 마법 지팡이를 써 간단하게 안경알을 복구해준다. 깨진 안경 렌즈가 붙는 것이다.

깨진 안경 렌즈를 붙이는 기술은 대단히 유용하다. 물론 유리업자나 안경 렌즈 제조자들에게는 재난에 가깝겠다. 유리는 순간접착제로 붙일 수 없다. 고온에서 상온으로 열이 식으면서 유리분자 간에 강한 결합력이 생겼고, 깨지면 그 결합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순간접착제는 깨진 면에서 이온을 주고 받는 등의 화학작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깨지지 않고 남은 부분의 결합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화학작용이 상대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고온을 집중시켜 깨진 면을 가열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유리가 만들어질 당시의 조건을 만들어주면 렌즈가 다시 녹기 때문이다. 깨진 파편이 붙은 뒤 상온에서 식으면 유리 분자들이 다시 결합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첫 안경렌즈처럼 정밀한 굴곡을 다시 만드는 일은 어렵다. 대신 유리병을 수거하듯 깨진 렌즈 등을 모아 열화로를 거쳐 용융시킨 뒤 다시 렌즈로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번거롭겠지만 안경렌즈 재활용은 환경보존을 위한 한 방법이겠다.

▲ 종이에 펜으로 적는 채팅  ⓒ해리 포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새로운 형태의 인터액션 기술을 선보인다. 해리 포터와 톰 리들은 리들의 일기장을 통해 필담을 나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에 잉크로 질문을 쓰면 잉크가 번져나와 답을 해주는 방식이다.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대방이 답변을 주는 채팅과 비슷한 모습이다. 입력하는 방식이 손으로 쓰는 것이고 출력되는 방식이 종이에 적히는 것이다. 마법같은 모습이지만 이미 세상에 시판되는 기술이다.

실리콘벨리를 중심으로 컴퓨터 입력장치를 연구해온 공학자들은 사용자에게 컴퓨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컴퓨터의 편리함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나 학습을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입력방법인 펜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굳이 키보드에 익숙해지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PDA 등에 문자를 적으면 컴퓨터가 이를 문자패턴에 따라 인식하는 기술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소위 ‘스마트 펜’이다. 특정한 점자신호가 인쇄된 종이에 이 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펜에 달린 카메라가 이 정보를 인식한다. 펜을 컴퓨터 인식기에 놓으면 저장된 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된다. 컴퓨터는 글씨와 함께 촬영된 점자신호를 분석해서 컴퓨터 화면에 이를 복원해 낸다. 독수리 타법의 사람도 이제 우아하게 손느로 적기만 하면 된다.

손으로 적은 문자는 컴퓨터가 일일이 문자 패턴을 인식해 워딩을 해준다. 최근 이런 전자펜들은 더욱 진화했다. 펜이 대화 등을 녹음해 기록했을 당시에 녹음된 부분을 들려준다. 메모한 내용 중에 특정부분을 마우스처럼 펜으로 찍어주면 그것을 기록했을 때 나눴던 대화 내용을 소리로 들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TV 탐사보도 기자들이 사용하는 기기 중에는 펜에 동영상 카메라를 탑재한 것이 있다. 목소리는 물론 기록할 당시에 봤던 장면까지 녹화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고발' 등에 쓰이는 핀 카메라보다도 발전된 형태다.

아직 스마트 펜은 특정한 점자가 인쇄된 종이에서만 사용가능하다. 그런 종이는 고급 프린터를 통해서만 인쇄가능하다. 스마트 펜을 이런 방식으로 만든 이유는 개발자들이 몸담았던 연구소가 유명한 복사기 회사의 후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급 복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점자인쇄 방식을 채택해 프린터나 복사기 기술을 견인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영화와 같은 마법적인 입력방식을 만들려면 어느 종이에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펜이 적합하겠다. 그리고 '스마트 펜'은 그 방향으로 발전돼 가고 있다.

일기장처럼 간편하게 만든 노트를 통해 필담을 나누는 것은 현재의 휴대폰정도의 기술수준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종이 위에 펜을 끍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즐기려면 조금 더 복잡한 기술들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전자 종이 및 전자잉크 등이 그것이다. 전자책으로 분화되는 페이퍼-디스플레이(paper-display) 연구와 스마트 펜 등으로 발전되고 있는 펜-입력장치(pen-inputting) 연구 등이 융합된다면 마법은 곧 현실이 될 듯하다.

▲ 동영상으로 움직이는 사인용 포스터  ⓒ해리 포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등장하는 많은 인쇄매체들은 대부분 동영상으로 표현된다. 마법의 나라에서 출간되는 신문에 찍힌 사진은 흑백이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영상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나눠주는 저자의 기념품은 움직이는 사진이고 저자는 그 종이위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해서 나눠준다. 박막으로 된 디스플레이는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종이와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져 휴대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취급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벽걸이 텔레비전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LCD, LED, 플라즈마 티비 등은 화면을 구성하는 각 입자에 각기 다른 전자 신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유리로 된 투명한 평면에 각 소자들을 붙여서 전체 패널을 만든다. 조밀하게 붙은 광소자들은 각각이 점으로 돼 발광하고 디스플레이보드는 영상신호를 각 광소자별로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한 장면의 영상신호는 일련의 데이터로 재구성된 뒤 시간대별로 나눠져 전체 화면에 뿌려진다.

현대의 디스플레이가 종이의 재질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휘어지는 유리패널에 소자를 달아서는 해결할 수는 없다. 광소자가 길쭉하고 네모 반듯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소자가 전기 신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연결된 전선을 처리하는 문제가 있다. 디스플레이를 종이처럼 가볍고 접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신호로 된 전기를 광소자에 전달하는 방식이나 광소자의 크기를 둥글고 작게 만드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인기있는 작가들이나 연예인 등 팬들을 위해 사인을 나눠주는 사람들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동영상 사진은 욕심나는 아이템이다. 움직이는 영상은 정지된 영상에 비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시말해,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 그것에다 개인만이 쓸 수 있는 서명을 담을 수 있다면 팬을 관리하는데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영화에서 등장한 서명이 담긴 포스터의 특징은 배경은 움직이지만 서명은 정지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 자막처럼 원 영상은 움직이지만 자막은 정지되어 유지하는 것이다. 유명인의 서명마저 움직인다면 그 포스터는 의미가 없다. 또한 서명을 간단하게 펜으로 쓸 수 없다면 서명의 가치도 없다. 사람들은 직접 서명을 받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한 포스터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포스터 앞부분에 필기인식 패널을 달아야 한다. 화면 위에 쓴 서명이 곧바로 원 영상 자막으로 들어가 영원히 유지돼야 한다. 물론 영상-자막은 곧 통합돼야 한다. 영상신호를 처리하는 기술이 이를 구현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 마법같은 일은 자막을 입혀야 하는 수많은 방송기술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 공중을 떠다니는 보이스 메일  ⓒ해리 포터

보이스메일과 비슷한 마법도 영화에 등장한다. 어머니가 학교로 보낸 편지는 봉인을 뜯자마자 공중으로 부상해서 입모양으로 변한다. 입모양이 된 메일은 메시지를 직접 목소리로 변화시켜준다. 메세지를 목소리로 전달하는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그것을 열어 소리를 내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종이에 스피커와 건전지, 데이터저장장치, 플레이어 등이 집약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싸고 무거워 진다. 물론 공중부양은 정말 어렵다.

최근 종이처럼 평평하게 만들어진 스피커가 선보였다. 이런 기술이 보이스메일을 실현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구동시킬 주변 장치들이 필요한데 한지와 같이 여러 겹으로 만들어지는 종이의 겹층 사이에 회로나 축전지 등을 삽입한다면 그리 어려운 방식은 아닐 듯 하다. 축전지의 크기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종이에 각기 다른 전극을 꽂아 만들 수도 있다. 봉인을 스위치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손쉬운 기술로도 마법같은 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동물성 식물들  ⓒ해리 포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는 동물성 식물이나 거대 동물 등 생명과학적인 이슈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약물치료제로 쓰이는 식물은 뿌리가 사람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으며 화분에서 나오면 비명을 지른다. 침입자에게 공격을 가하는 경비식물은 거대한 크기로 동물처럼 움직인다. 사람보다 훨씬 큰 거미는 왕성한 번식력을 가지고 사람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혼자서 뜨게질을 하는 바늘이나 스스로 설겆이하는 주방기구 등도 선보인다. 풍부한 상상력이 마법으로 표현되고 있는 셈이다.

▲ 스스로 뜨게질을 하는 바늘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시리즈가 판타지일 뿐 아니라 과학영화로 읽히는 것은 작가 조앤 롤랑과 여러 영화감독들이 그린 상상력이 대단히 과학자들의 창조적인 생각과 공학자들의 기술에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그 두가지 모습 모두가 인간의 삶에 근거하고 있고, 마법은 그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 때 ‘좋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과학이 마법과 가까운 것은 누구에게나 바라는 것을 이뤄준다는 점에서,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 준다는 점에서 자못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과거 마법사는 과학자였으며, 지금의 과학자는 마법사다.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 Directed by Chris Columbus | Written by Screenplay: Steve Kloves, Novel: J. K. Rowling | Release date(s) 15 November 2002 | Running time 161 minutes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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