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입덧이 심하여 친정에 머물다 돌아간 딸에게

FERRIMAN 2009. 11. 12. 19:20

 사랑하는 지은아

 

내 딸이 애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지 엇그제 같더니만

벌써 계절이 바뀌었구나.

은근히 걱정스러워 하다가 기쁜 소식을 접하니 그 기쁨이 2배였는데

유별나게 심한 입덧으로 고생하는 지은이를 보니 그 기쁨은 금방 잊어져버렸단다.

자신감을 잃고 나약해져가는 너를 보고있으면 안쓰럽다가  짜증으로 변하더구나.

얼마나 괴로우면 지은이가 저렇게 힘들어 할까 생각하면 빨리 애기 갖기 원했던 아빠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사한건지, 아빠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지 아빠도 잘 모르겠다.

아빠가 간직하고 있는 지은이 모습은 자신의 주변을 챙기고 늘 명랑하고 자신감 넘치는

활달함 그런거였으니까.

 

너가 떠나고 나니 너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나무라고 짜증내고 잔소리하고 그런게

후회스럽고 해서 내 마음이 편치 않구나. 

간섭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바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건지, 그때 그때

잘 못된 점을 지적하고 시정토록  하는 것이 더 나빠지지 않는데 도움이 되는건지,

어느쪽이 현명한 처신인지 나이가 들어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빠가 바라는 내딸 지은이는 남편에게는 가정 살림에 신경쓰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내조자, 시댁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는 새 식구, 그리고 태어날 애기에게는 

자상하면서도 엄한 엄마 이기를 바란다. 욕심이 과한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보아 온

내딸 지은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너의 엄마가 그렇게 되도록 

키워왔었고.

 

부지런해 지기는 어려워도 게을러지기는 아주 쉽다. 한번 게을러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또 게을러지면 지혜스러움도 잃는다. 그래서 게을러지지 않도록 자신을 계속 채찍질해야 한다.

엄마가 게을러지면 남편도 자식도 모두 게을러진다. 힘들고 괴롭더라도 자신에게 엄격한

가정주부가 되면 좋겠다. 지은이는 그럴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꾸나.

내딸 허지은!!!!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