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한국의 CEO 들

FERRIMAN 2009. 12. 28. 17:42

● 평균 새벽 5시52분 기상
● 과제 벅찰수록 도전정신
● 고객 만족을 핵심가치로

평균 오전 5시52분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자 과제가 벅찰수록 도전적이 되는 ‘독려형 리더’. 월간 경영 전문지 ‘포브스코리아’가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 100명으로 패널을 구성해 여덟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난 한국 CEO들의 자화상이다.

CEO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이다. 경영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한국적 경영을 읽는 소중한 자료다. 가령 한국의 CEO들은 주주 자본주의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우리 실정에 더 맞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집단으로서의 종업원의 중요도는 고객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주주보다 높았다.

CEO들은 경영 활동의 핵심 가치로 고객 만족을 첫손에 꼽았다. 내부 고객인 종업원의 만족은 고객 만족의 필요조건이라는 인식도 보였다. 그 내부 고객을 뽑을 땐 열정·성실성 등 됨됨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

현실적인 경영의 한계도 엿보였다. 절대 다수가 윤리경영을 하면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공해 방지 시설을 법적인 요건보다 더 엄격하게 설치해야 한다는 데는 과반수만이 동의했다.

CEO들은 대체로 인맥 관리의 달인들이었다. 또 CEO도 멘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절대적으로 재충전을 필요로 했고, 가장 선호하는 재충전 방법은 독서와 운동이었다. 안식년이 허용된다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바로 공부였다. CEO들이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이들에게 가족은 안식처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회사 일과 가정사에 쏟는 시간의 비율은 6대4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젊을수록 가정사의 비중을 크게 잡고 있었다. 자녀의 직업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교육자였다. 노후 자금(집값 포함)은 평균 37억원으로 잡았다. 노후에 꼭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건강·재산·친구·배우자 순으로 꼽았다.

‘포브스코리아’가 1년 반 동안 연재한 이 연중기획을 도서출판 부키가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란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100명의 패널 CEO 중에는 구학서 신세계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필재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