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트리즈(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론)

FERRIMAN 2009. 12. 23. 10:38

기사 입력시간 : 2009-01-05 오전 8:12:41
불황기 생존비법…하나의 아이디어가 회사를 살린다
연합뉴스 '회사를 살리는 아이디어 42가지' 출간
이제는 보통명사가 된 커터 칼은 누가 만들었을까?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던 문구용 칼 제조사일까? 아니다. 문구용 칼을 가장 많이 쓰던 고객이 발명했다.

일본의 니혼전사지에서 전사지를 자르는 단순 작업을 하던 말단 직원 오모가 주인공이다.

칼은 전사지를 규격에 따라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데 필요한 도구이다.

문제는 칼날이 쓰면 쓸수록 무디어져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고자 칼을 교환하는 대신 칼날을 부러뜨려 전사지를 자르곤 했다. 무리하게 칼을 부러뜨리다가 다치는 일도 많았다. '힘을 세게 가하지 않고도 칼날을 조금씩 쉽게 자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은 했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모는 우연히 우표를 만지다가 칼날도 우표처럼 만들면 쉽게 자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이 착상을 회사는 직무 발명으로 채택하고 특허출원을 마치고 나서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잘라 쓰는 칼'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커터'라고 붙였다.

이제 문구용 칼 하면 커터 칼을 일컬을 정도로 커터 칼은 문구용 칼의 대명사가 됐다. 칼 때문에 고통받던 말단 직원이 문구용 칼의 역사를 바꾼 셈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기존 산업계의 질서를 대체하거나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한다.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타개책이 될 수 있는 셈.

경기침체로 어려운 이 시기에 파괴적인 아이디어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이다.

연합뉴스에서 최근 발간한 '회사를 살리는 아이디어 42가지'(송미정·김경철 지음)는 1946년 유대계 러시아인 겐리히 알트슐러(1926∼1998)가 창시한 '트리즈'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를 토대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발명의 원리를 쉽게 소개하고 있다.

알트슐러는 1940년대 구(舊)소련의 해군에서 특허심사업무를 하면서 군 관련 기술문제를 해결하던 중 '발명가들이 발명할 때 어떤 비슷한 법칙과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트리즈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도입됐다. 현재 삼성, LG, 포스코, 현대차 등 대기업에서 창의성 개발도구이자 새로운 경영혁신의 도구로 주목받으며 현장의 기술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 창안에 활용되고 있다.

저자들은 수년간 트리즈 교육과 컨설팅을 전개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산업현장과 기술분야의 다양한 발명 사례를 이론과 접목해 실제 상황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나라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등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 향상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초경쟁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현 상황에서 좌절하지 말고 트리즈 원리에 의지해 역경을 이길 새로운 생각을 창출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