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다가 말다가 할 때는 창문을 여닫는 것도 귀찮다. 이럴 때는 빗소리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서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고 닫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디지털 DIY, 테크(tech) DIY’ 이라고 부르는 메이커 문화가 생겨나면서 스스로 이런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제조자 운동인 ‘메이커’ 문화의 본격적 시작은 MAKE 매거진의 창간자인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에 의해였다. 집에서 진행하던 DIY 노하우를 공유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들기 흐름을 대외적으로 시작했던 것. 이후 ‘메이커페어’를 개최하면서 ‘메이커 문화’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12년의 베이에어리어와 뉴욕에서 진행한 메이커페어에는 도합 16만 명의 사람이 모여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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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메이커 문화는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나 CNC 제조기계를 사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낸다. ⓒ한빛미디어 | 물론 예전에도 메이커 문화는 있었다. 목공예 등과 같은 DIY가 그것이다. 쉽지 않은 것들을 만들고 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버지가 작업공간을 마련해준 덕택에 물건을 만드는 법, 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메이커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나 CNC 제조기계를 사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낸다. 또한 메이커들 자신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창작품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한다. 웹세대가 만드는 ‘디지털 DIY’이자 ‘제조 2.0’ 시대인 셈이다.
테크 DIY는 디지털 제조란 장점이 한몫
지금까지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활동에 국한되었던 이런 현상이 대중화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제조의 장점이 한몫하고 있다. 예전의 DIY는 숙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디지털 DIY는 기계의 작동 원리나 최적화를 몰라도 된다. 창의적 설계만 있으면 된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단일 보드 마이크로 컨트롤러인 아두이노에 프로그램화하면 컴퓨터가 모두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인이 다룰 수 있는 기술의 폭이 넓어졌고 정보가 공유되면서 장벽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것을 공개하는 오픈소스 특성상 프로젝트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계속 나오는데, 여러 사람의 노하우가 공유되면서 메이커 문화 확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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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제품 디자인을 공유하고 공동작업이 이루어진다. ⓒ한빛미디어 | 우리나라에 ‘메이커 운동’을 소개한 한빛미디어의 정희 대리는 “메이커들은 엔지니어와 취미생활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해를 쉽게 시키기 위해 용어를 풀어 쓰는 경향이 있고, 최근 관련 서적들도 공학 배경이 없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 취미공학이라 할 수 있는 메이커 문화가 널리 퍼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그런데 유독 하나의 문화적 현상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정보기술 매체인 와이어드의 편집장으로 벤처업계에 영향력이 큰 크리스 앤더슨 씨는 ‘메이커스(Makers)’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어 제조자 운동이 향후 미국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재 ‘메이커’문화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도구 등을 이용하여 개인이 원하는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대량 생산에서 개인 맞춤형 생산으로 제조업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 질 향상도 현저히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제품 디자인을 공유하고 공동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발명가가 단지 제품의 로열티만 받고 끝나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 발명품이 곧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 발명가가 곧 기업가인 시대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크라우딩 펀드를 이용해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고, 기업에만 개방되던 공장을 마우스 클릭과 신용결제만으로 개인이 사용할 수 있어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디지털 DIY는 제조 2.0 시대를 이끌어가며 제조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레이싱카인 랠리파이터를 만들고 있는 ‘로컬 모터스’라는 회사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메이커’ 문화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 회사는 세계 최초 오픈소스 자동차 공장이자 직원 수 40여 명인 미국 최초 초소형 공장인 마이크로 팩토리로 현재 가파르게 성장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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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미디어에서는 2012년부터 메이커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한빛미디어 | ‘로컬 모터스’는 소비자와 전문가가 모인 커뮤니티에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대부분 진열대에서 사용 가능 부품을 조합하며 자동차를 제작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특허를 내지 않고 커뮤니티에서 공개해 여러 사람이 사용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제품 출시 날짜를 예약한 다음에야 부품을 구입하고 조립한다. 로컬 모터스’에 재고가 없는 이유이다. 디자인부터 차 출시까지 시간은 약 18개월. 일반 자동차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제품이 나오는 시간과 비교하자면 엄청 단축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메이커 문화 확산 노력 중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메이커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시스템 디자이너들과 생산 혁신가들을 양성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을 이용해 새 제조 기법을 연구하는 민관합동연구소인 ‘국가첨가제조협회(NAMII)’를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실험센터를 15곳에 더 짓겠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향후 4년간 미국의 학교 1천 곳에 3차원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같은 디지털 제작 도구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희 대리는 “영국도 3D 프린터를 아이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 개편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빛미디어의 배용석 부장은 “한국에서도 이미 메이커 문화가 있지만 이제까지는 개별적 활동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메이커 매거진이 출간되고 메이크페어가 시작되면서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인 경우에는 뉴미디어에 대해서 이해가 빠른 편이고 인력풀 역시 충분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도 생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