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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의 교차, 기술과 감성의 융합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전(展)
트로이카(TROIKA)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실험적인 제작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을 교차시키고 기술과 감성을 융합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트리오로 현재 런던이 주목하는 천재 아티스트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이 이번에 한국에서 테크놀로지와 예술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전시회를 열리고 있다. 대림미술관에서 10월 12일까지 선보일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전(展)이 그것이다.
소리․시간․물을 느끼다
이번 전시는 ‘소리로 들어가다/ 시간을 담다/ 물을 그리다/ 바람을 만지다/ 자연을 새기다/ 빛으로 나오다’라는 6가지 전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관람객들이 처음 만나는 ‘폴링 라이트(Falling Light)’는 ‘소리로 들어가다’의 스토리를 담은 전시물이다. 사방이 온통 하얀 색깔로 칠해진 넓은 공간 안에 맑은 물방울 소리가 들리지만 실상은 무수한 LED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 방울들이다. 천장 위에 부착된 레버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조명을 크리스털 렌즈로 가까이에 가까이 가져가기도 하고 멀리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동심원을 그리는 빛이 마치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 이 작품은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소리와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 묘미이다. 그 공간을 거닐게 되면 물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화기와 같은 소형 특수 마이크가 결합한 ‘일렉트로프로브(Electroprobe)’라는 작품 역시 소리와 관련 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전자기장의 소리를 소형 특수 마이크를 통해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웨더 예스터데이(The Weather Yesterday)’는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일기예보는 미래의 날씨이다. 심지어 몇 시간 뒤에 날씨마저 우리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알아본다. 트로이카는 창문만 열면 발로 알 수 있는 날씨를 굳이 기계를 통해 알려고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 작품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꼬집고 있다. 이 작품은 서울지역 날씨 정보를 얻어 아마존 서버로 전송하고 24시간 뒤 바로 여기로 전달되도록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24시간 늦은 예보가 된다. 하지만 매우 정밀하게 30분 업데이트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을 만큼 과학적이다. 그래서 이는 첨단기술이 꼭 미래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우리의 절대적 믿음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물을 그린’ 작품은 두 번째 전시실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퍼시스턴트 일루전스(Persistent Illusions)‘이다. 첫 눈에 보기에도 분수로 보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분수와는 색깔과 느낌이 다르다. 3.5km이 알록달록한 로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로프가 물의 느낌 잘 표현하고는 있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이 로프의 움직임이 현실과 환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당신이 환상 속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속에 있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도 있다.
바람․자연․빛을 보다
‘더 썸 오브 올 파서빌리티스(The Sum of All Possibilities)’는 이번 전시회의 ‘바람을 만지다’ 주제에 해당된다. 검정색이 띠들이 구의 표면을 각기 다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면서 서로 교차하고 흩어지면서 끊임없이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무한한 듯 변화하는 패턴이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동일한 몸체가 만들어낸 질서와 혼란이 충돌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스몰 뱅(Small bangs)’는 색을 분리하는 실험인 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한 작품이다. 잉크의 물질을 분리할 수 있는 화학실험실용 종이 위에 검정물감이나 잉크로 작은 점을 찍은 후, 점 중앙에 지속적으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잉크를 번지게 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분산된 것처럼 검은색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무지개처럼 번져있는데, 이는 초기에 하나였던 우주가 팽창 폭발하여 지금의 구성요소들을 분리한 ’빅뱅이론‘을 응용하기도 했다. 어느 작은 점이 팽창하여 만든 작은 우주라고도 볼 수 있다.
미로 틀이 함께 배치되어 있는 ‘래버린쓰(Labyrinth)’는 ‘자연을 새긴’ 작품이다. 양초와 파라핀이 탈 때 나오는 검은 그을음을 이용한 시리즈 작업이다. 나무로 만든 미로 안에 검정 그을음을 넣으면 그 연기 스스로 미로를 빠져나가는 출구를 찾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만든 단단한 미로 속을 연기들이 매우 자유롭게 유기적으로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결과 또한 뜻밖이다. 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만든 구조물에 자연스럽게 자연을 새겨놓는 모습이 그렇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라이트 드로잉(Light Drawing)’이 있다. 5만 볼트 전기가 종이에 흐르면서 만들어낸 멋진 추상화로 나무뿌리 같기도 하고 강줄기도 같은 자연적 모양이 드로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자연을 그대로 새긴 작품이란 바로 이러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작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기계는 차갑고 이성적인 것을 만들어낼 뿐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에 물음표를 던지고도 있다.
‘커큘레이팅 더 유니버스(Calculating the Universe)’는 36,315개의 흑백 주사위를 이용하여 만든 이 작품은 무게가 200kg에 육박하지만 만들어진 원리는 단순하다. ‘셀룰러 오토마타’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단순함에서 비롯된 이 패턴이 숫자를 더해갈수록 복잡한 패턴으로 바뀌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마저 드러내는데, 관람객들을 저절로 감탄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여기서 활용된 ‘셀룰러 오토마타’는 복잡한 세계를 극도로 단순화시키면 세포만이 존재한다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세포는 0과 1, 흑 백, 삶과 죽음으로 존재하는데, 자기 주변의 이웃의 상태에 따라 그 세포의 다음 단계 결정하게 된다는 원리이다. 트로이카도 ‘검정색 세포 3개가 일렬로 정렬되면 아래 하단에는 하얀색 세포가 온다. 검정세포 2개가 하얀색 세포를 만나면 아래 하단에는 하얀 세포가 온다.’ 라는 등 몇 개의 규칙을 만들어, 오롯이 그 규칙만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빛으로 나오는 ‘아케이드(Arcades)’ 작품만 있다. 온통 검은 색 빛깔의 공간에 아치 형태의 불빛들이 공간에 뿌려지고 있다. 그래서 마치 유럽의 어느 성당을 걷는 듯한 몽환적 느낌이 강하다. 어둠과 밝지 않은 불빛 때문에 사색과 명상도 가능하다. 빛은 직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도구를 이용해 굴절시키며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빛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작품이기도 한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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