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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업어준다는 것

FERRIMAN 2014. 4. 24. 18:03

입력 2014.04.10 00:10 / 수정 2014.04.10 00:10
 

[시가 있는 아침] 업어준다는 것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1968~ )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후략)


누군가를 업는다는 것은 심장 두 개를 나란히 겹치는 일이지요. 이렇게 두툼해진 심장을 가슴에 달게 되면 어떤 걱정도 다 사라질 것 같지요.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자신의 조금 큰 심장에 누군가의 조금 작은 심장을 기꺼이 갖다 붙여주는 것이지요. ‘그의 감춰진 울음’을 자신의 ‘몸에 스며’들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는 어쩌면 공룡과 부닥쳤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서움에 떠는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괜찮다, 괜찮다, 심장으로 말하려는 것이지요. 이 시에는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은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네요.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는데 ‘자장가까지 흥얼거’리네요.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는 것이네요.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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