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씁쓸한 뒷 이야기
지디넷코리아이재운 기자입력2014.10.11 15:20수정2014.10.11 15:30기사 내용
"재패니즈 드림은 없다.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오길 권한다"
충격이었다. 일본계 과학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감을 묻는 고국 언론의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잘라 말했다. 보통 질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난 7일 올해의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교(UC샌타바버라) 재료물성학과 교수는 "나의 노벨상 수상 원동력은 조국 일본에 대한 분노"라고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재팬타임스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카무라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재직 중인 학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며 일본의 기업 문화와 사회 전반에 걸친 경직성에 대해 비판했다.
▲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가 지난 9월 서울반도체가 주최한 제1회 글로벌 LED 미래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반도체>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 니치아화학에 근무 중이던 지난 1990년께 청색 LED 소자를 개발, 상용화까지 이끌었다. 이 개발로 인해 현재의 LED 조명이나 TV,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졌다. 노벨물리학상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물론 회사는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지만, 영광의 주역인 그에게는 고작 2만엔(약 20만원)의 '특별 수당'이 전부였다. 특허는 이미 회사가 등록해 소유권을 빼앗겼다.
결국 그는 1999년 회사를 떠난 이후 2001년에 회사를 상대로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주장하기 위해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특허권의 절반을 인정 받아 200억엔(2천억원) 보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니치아 측이 상고하면서 결국 8억4천만엔(84억원)을 받아내는데 그쳤다.
이후 그는 일본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조국과 연을 끊었다. 그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직된 기업문화로 인해 미국행을 선택했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 부탁에도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오라"고 일갈해 깊은 불만을 나타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국내 LED 조명용 패키지 제조사인 서울반도체와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의 기술고문을 맡아 연구 작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약 10년 전 서울반도체 공장(당시 서울 가산동 소재)을 방문한 그는 이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 서울반도체 연구인력을 초청해 연수시키는 등 교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나고, 경쟁국인 한국의 기업을 도우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나카무라 교수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나카무라 교수의 사례가 유사한 문화를 가진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며 "우리도 이렇게 인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풍토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 주소 http://media.daum.net/v/2014101115200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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