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디지털 혁명, 승자독식 막으려면 …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기능과 지식이 평범한 노동자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사진
청림출판]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384쪽, 1만5000원
2011년 ‘중동의 봄’ 때 서방은 독재정권만 타도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내릴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중동은 독재와 이슬람주의의 대립이라는 예상 밖 상황으로 흘러갔다. 미래는 수퍼컴퓨터도 예측하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었던 셈이다. 미래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지역 정치만 그럴까. 기술발전은 어떨까.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이뤄진 다양한 기술발전을 유토피아 시각으로 보는 데 익숙하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기계기술 혁명은 산업생산과 교통에서 변혁을 가져왔다. 인류문명의 근력이 대폭 강화됐다.
이제 세상은 디지털 기술발전에 힘입어 제2의 기계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뇌를 써서 환경을 이해하고 변모시키는 능력, 즉 정신적 능력이 대폭 강화되는 시대다. 이로 인한 변화는 육체적 근력을 증대시켰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획기적일 수 있다.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디지털비즈니스센터장인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와 그의 동료인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인류의 정신적 능력을 극대화할 기술개발이 열어가는 미래가 우리의 삶에 줄 새로운 영향을 화두로 삼았다.
저자 앤드루 맥아피(왼쪽)와 에릭 브린욜프슨.
디지털 기술개발의 현장을 연구한 지은이들은 이러한 경이적인 발전이 인류의 삶에 유익할 것이라는 유토피아적인 결론을 얻었다. 반면 상당한 디스토피아도 수반할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내놨다. 놀라운 점은 산업혁명의 결점을 보완하는 디지털 혁명의 장점이 때로는 인간에게 끔찍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산업혁명은 런던의 검은 하늘과 끔찍한 아동노동자 착취를 유발했다. 디지털 혁명은 이와는 반대다. 환경파괴를 줄였고 실력이 있고 교육받은 고급 노동자들에겐 엄청난 성공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실력만 갖춘 평범한 노동자에게는 재앙의 시대를 열지도 모른다. 컴퓨터 성능이 좋아질수록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를 공짜로 즐기는 동안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선물하는 풍요와 자유는 동시에 심각한 경제적 격차와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지은이의 경고다. SF 수준으로 향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발전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칫 예상과 다른 변화를 몰고 오기 십상이다. 민주화 이후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상과는 다른 변화처럼 말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효용이 되려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불우한 미래를 미리 막자는 충고다.
채인택 논설위원
[S BOX] 로봇의 역설 … 머리는 천재, 손발은 둔재
디지털 세계에는 변화를 상징하는 몇몇 역설과 법칙이 있다. 로봇 개발자들은 로봇이 고등추론 능력보다 낮은 수준의 운동능력을 갖추는 게 더욱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한다. 하긴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도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는데도 걷는 것은 어째 아이만도 못한 경우가 많기는 하다. 문제는 이 역설에 따르면 로봇은 산업시대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보다 디지털 시대에 고급인력을 대체하기가 더욱 쉬워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무어의 법칙’을 창안했다. 1달러로 살 수 있는 집적회로 연산능력은 매년 2배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지난 40여 년 동안 놀라울 만큼 적용됐다. 디지털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잘 나타낸다. 변화는 너무도 빠르고 미래는 아직도 모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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