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중앙일보] 2014년도 노벨 화학상

FERRIMAN 2014. 10. 12. 16:29

입력 2014.10.09 01:45 / 수정 2014.10.09 01:47
 

살아있는 세포 분자 보는 '나노 현미경' 개발

미국·독일 과학자 3명 노벨 화학상
머리카락 굵기 10만 분의 1 관찰

현미경 제작 이론을 처음 과학적으로 정립한 19세기 독일 물리학자 에른스트 아베는 “광학현미경의 해상도는 최대 0.2마이크로미터(㎛, 1㎛=100만 분의 1m)가 한계”라고 선언했다. 0.2㎛는 빛 파장의 반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보다 작은 것은 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한동안 정설이었다. 그러나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형광현미경 기술을 개발한 미국과 독일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 화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 형광분자와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 1㎚=10억 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현미경’ 시대를 연 미국의 에릭 베치그(54)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박사, 윌리엄 머너(61) 미 스탠퍼드대 교수, 독일의 슈테판 헬(52)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박사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의 크기가 빛의 파장 반보다 작아지면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광학현미경으로 0.2㎛ 이하의 사물을 볼 수 없는 이유다.

 베치그와 머너·헬은 각각 유도방출감쇄(STED) 현미경, 단일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한계를 극복했다. STED 현미경은 구멍이 뚫린 ‘도넛’ 모양 레이저를 사용한다. 나노 구멍 사이로 빠져나오는 빛을 이용해 분자를 본다. 단일분자현미경은 반복촬영 기법을 이용한다. 동일한 위치에 반복적으로 레이저를 쏜 뒤 그때그때 나오는 ‘빛그림’을 합쳐 분자의 전체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형광현미경 덕분에 인류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100㎚)와 단백질(10㎚), 저분자(1㎚)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전자현미경을 써도 이 정도 크기를 볼 수는 있지만, 전자현미경은 극저온 상태에서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죽은’ 냉동세포를 관찰하는 데만 쓰인다.

 중앙대 화학과 성재영 교수는 “세 사람이 개발한 현미경 덕에 살아 있는 세포의 동역학(動力學)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학술정보회사인 톰슨로이터는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 단장의 화학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예측했지만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