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중앙일보]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

FERRIMAN 2017. 2. 7. 20:28

[틴틴 경제] 4차산업혁명 땐 일자리 줄어드나요

입력 2017-02-07 01:00:00
수정 2017-02-07 20:01:17

Q.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승리한 이후, 친구들이 코딩을 배우는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부모님께서도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고 걱정하시더라고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우리 미래 일자리는 전부 사라지는 것인가요? 로봇이 사람 일 빼앗지만 IoT 기술자 등 새 일자리도 생기죠"

A.

틴틴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려면 우선 4차 산업혁명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해요.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기술혁신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 구조의 혁명적인 변화를 뜻하는 말입니다.

틴틴 여러분, 지방갈때 기차 탄 적이 있죠? 바로 기차가 ‘1차 산업혁명’을 불러왔습니다. 옛날엔 자연의 힘을 이용해서 도구를 움직였습니다. 풍차나 물레방아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제임스 와트라는 영국인 아저씨가 석탄을 때서 생기는 수증기의 힘을 이용한 ‘증기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발명품은 세상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석탄 산업이 부흥하고 질 좋은 철을 확보하기 위해 철강업이 발달했습니다. 증기 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는 사람·화물의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이동하면서 대규모 공업 도시도 만들어졌어요. 기계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한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산업혁명은 이후 두번 더 세상을 바꾸게 됩니다. 19세기 전기에너지는 인류를 증기기관보다 더 효율적인 대량생산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바로 ‘2차 산업혁명’입니다. 20세기 들어 등장한 반도체는 세 번째로 세상을 뒤흔드는 ‘3차 산업혁명’시대를 불러 옵니다. 틴틴 여러분이 좋아하는 컴퓨터·인터넷도 전부 3차 산업혁명의 산물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정보화·자동화 시스템과 만나 기존 제조업이 확 달라지고 세상이 본격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뜻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걱정하는 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한 일은 로봇이나 AI가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AI가 바둑을 둬서 이세돌을 이기고,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신문기사도 작성하며 부모님이 금융 회사에 맡긴 돈도 굴려 줍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7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합니다. 또 “전 세계 7세 어린이들의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틴틴 여러분의 친구들이 코딩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무조건 일자리를 축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일자리 202만개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담고 있습니다.
자료: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스위스 UBS금융그룹

자료: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스위스 UBS금융그룹

어떤 영역에서 일자리가 생길까요. 첫째 도시·생활 영역을 살펴볼까요. 우선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집이 똑똑해집니다. 집은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을 실시간 파악해 최적의 환경으로 바꿔줍니다. 집에서 로봇은 모든 사물을 연계해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독거노인·치매환자 등을 보살피는 역할 역시 로봇이 맡게 됩니다. 따라서 로봇과 인간의 접점을 만드는 로봇기술 전문가나 IoT 기술자들이 많이 필요해집니다.

자동차 역시 IoT를 기반으로 다른 차량과 서로 소통하는 커넥티드카(connect car)로 바뀝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앞뒤 차량간 거리와 차선을 인지하고 목적지까지 달려갑니다. 이런 시대엔 주행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이나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가, 교통 상황에 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서 구글·애플 같은 정보통신(IT) 기업과 포드·GM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둘째, 건강·의료 영역에서도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전망입니다. 스마트 보건의료 생태계가 구축되면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를 이용해서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건강 상태를 인식·분석·전파하는 기술과 이런 분석을 해주는 의료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셋째, 재난·안전 영역입니다. 재난 발생을 예측하기 위해 탐지장비들이 IoT를 통해 연결돼 재난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수집·모니터링합니다. 시뮬레이션 기술로 재난 발생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재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자료: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스위스 UBS금융그룹

자료: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스위스 UBS금융그룹

따라서 빅데이터 전문가나 재난 장비 개발자, 시뮬레이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또 재난 상황에서 대피 경로를 탐색한다거나 대응·구조, 후속조치를 하는 소방관 등 관계인력은 이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IT) 기기를 조작하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재난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법률을 전문적으로 제정하는 법조인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보험업법 전문가 등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넷째, 산업경제 영역에서는 지능산업 일자리가 늘어날 것입니다. 제조업이 IoT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이 되고, 농업이 IoT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농장(smart farm)으로 바뀝니다. 이런 시대가 열리면 제품 디자인, 웹 디자인, 제조 시설 프로그래밍 관련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것입니다. 농사에 필요한 장비와 센서를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나 원격에서 공장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이 필요합니다. 네트워크 통신 기술을 활용해 공장 온도나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고 제어하는 일자리 역시 많이 생길 겁니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이 유발할 일자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는 최근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요리사 농부나 인공장기 제조 기술자 같이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이종 지식을 융합해 새로 태어날 직업들을 소개했습니다. 나아가 기계와 차별화된 문제인식 역량이나 기계와 협업·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유념한다면 틴틴 여러분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깃발을 쥔 선봉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