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이차전지, 자율차, 배터리 내부구조

FERRIMAN 2020. 5. 25. 17:57

이재용·정의선 '미래차 동맹' 車전자장비 당장 손잡을 수 있다

입력 2020-05-15 05:00:08
수정 2020-05-15 06:40: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회동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재계 신년인사회에서 이재용(왼쪽)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전격 회동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의 협력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드러난 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All Solid-State) 배터리지만, 두 기업이 협력할 분야는 더 많다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13일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으로부터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오가는 물질)을 고체로 바꿔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프로페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44종의 전기차를 선보여 전기차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실현하려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물론,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기존 강자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사진 현대자동차

‘꿈의 미래 배터리’ 손잡을까 

리튬이온 등 현재 사용하는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여서 오래되면 밖으로 새어 나오거나 불안정해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을 사용하는데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돼 결정체가 형성되고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리튬 결정이 음극에 쌓여 수명과 안정성을 해치는 난제를 해결했다는 게 삼성종합기술원의 설명이다. 사진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종합기술원은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 층을 달아 결정체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800㎞ 이상 달릴 수 있고 1000회 넘게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현재 일본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특허의 40%가량을 가진 도요타는 2022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2위권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과는 지난 2월 ‘플래닛 에너지&솔루션’이라는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당장 양산할 수 없는 미래 기술이라면, 자동차용 전자장비인 전장(電裝) 분야는 당장 협력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자동차용 전장 분야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순수전기차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도요타는 올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 기반의 전기차 6종을 출시한다.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도요타가 올해 출시하는 전기차 LQ의 콘셉트카. 사진 도요타

전장 분야 협력할지 주목 

하만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통합 솔루션과 통신용 제어장치(TCU·Telematics Control Unit)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반도체 분야에선 자동차용 전장 시스템 온 칩(SoC)인 ‘엑시노스 오토 V9’으로 세계 1위 퀄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oc는 센서와 중앙처리장치, 메모리 반도체 등이 합쳐진 형태다. 

아직 성과는 이름 값에 미치지 못한다. TCU 분야에서 하만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LG전자·콘티넨탈에 이은 3위에 그친다. SoC 부문에선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와 비교해 성능이 다소 부족하단 평가를 받는다. 

자율주행 통합 신경망 칩(뉴럴넷) 분야도 삼성전자가 관심을 갖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테슬라다.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로부터 신경망 칩을 공급받던 테슬라는 2017년 자율주행차 사고 이후 영상정보 처리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와 손잡고 신경망 칩을 독자 설계했다.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위탁) 생산하는 신경망 칩은 자율주행 통합시스템인 ‘HW 3.0’으로 완성돼 지난해부터 테슬라 모델S·모델X·모델3 등에 탑재되고 있다. 폴크스바겐 등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한 SoC는 아직 테슬라의 통합 SoC와 비교해 성능이 뒤진다.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전장장비들을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개발 중이지만, 안정적인 공급처이자 개발 파트너가 필요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국가 간 기업 동맹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 도요타-파나소닉의 배터리 동맹은 물론, 도요타-혼다-소프트뱅크의 모빌리티 동맹도 강고해졌다. 미국은 엔비디아-테슬라, 모빌아이-포드 등의 연합을 구성했고, 독일은 다임러-BMW-콘티넨탈-보쉬 등이 힘을 합쳤다. 

테슬라가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반도체 FSD칩셋.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통합 SoC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테슬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협력하면 서로 시너지를 낼 부분이 적지 않다"며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될 순 없지만 삼성전자는 ‘완성차 강자’인 현대차라는 안정적 공급처와 테스트 베드를 얻고, 현대차는 ‘글로벌 IT 공룡’인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파트너와 미래 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