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경영대학장의 특별한 취미, 20년간 작곡앨범이 6장
입력 2020-09-07 00:03:01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2년 전 부른 ‘내 영혼 바람되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20만을 넘겼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겨진 이에게 독백하는 형식으로 된 영시를 우리 말로 풀어 곡을 붙였다. 2008년 세상에 나온 후 많은 이의 상실과 슬픔을 달래왔다.
작곡자는 김효근(60).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했고 1992년부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경영정보시스템이 전공이다.
동시에 히트작 ‘내 영혼 바람되어’를 포함해 2010년부터 작곡집 앨범 6장을 낸 작곡가이기도 하다. "음악은 평생 취미"라고 하기엔 경력이 만만치 않다. ‘눈’ ‘첫사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등도 인기 작품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그의 작품은 한 해 30회 정도 연주된다. 수수하고 음악적인 선율이 시어를 살려내는 노래들이고,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아트 팝’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올 12월엔 대전에서 첫 오페라 작품도 올린다.
음악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다. "열 살 즈음에 기타를 배웠는데 화성학의 논리성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전세계 명가곡·영화음악·팝송·포크송을 피아노로 혼자 쳐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1만 시간은 넘었을 거다." 중고등학교 때는 국립교향악단·국립오페라단의 거의 모든 공연을 혼자 보러 다녔다. "그러다 학교 음악 시간에 드보르자크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듣게 됐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쾌감이 이럴 수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와 교회 합창단의 반주자를 도맡았지만 작곡가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음악 하고 싶으면 호적 파라’며 혼을 내셨다"고 했다. 대학에 가고 나면 마음껏 음악 공부를 한다는 조건으로 음악을 잠시 접었다. 실제 대학에 진학 후 음악대학의 모든 이론 수업을 들었고 오선지를 사들여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대학 3학년 때엔 음대생을 대상으로 열렸던 제1회 MBC 창작가곡제에서 우승했다.
혼자 터득해 만든 김효근의 노래는 기존의 한국 가곡과 다르다. 노래 선율 자체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악기 반주는 소박하다. 화성은 전통과 현대성을 넘나든다. "경영학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가곡은 위기였다.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전위적인 어법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30년 동안 똑같은 기법으로 작곡하고 있었다. 상품으로 치면 10년, 20년 내 소멸할 위기에 있었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인 젊은 층이 가곡을 듣자마자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처럼 음악에 경영학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생산보다 마케팅과 판매가 더 중요하다"며 곡 하나를 작곡하고 나서 1년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보고 대중의 수용을 지켜본다. 최근엔 클래식 연주자들이 자신을 알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아트링커(artslinker.com)를 오픈했다. 이화여대 경영예술연구센터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이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이트다. "각종 통계로 봤을 때 연주자 한 명이 연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충실한 팬 2만 명이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 대신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브랜딩 해야 한다. 그동안 음악에서 내가 받은 게 많기 때문에, 경영학 관점을 도입해 음악계를 돕고 싶다."
지금도 그는 음악에서 늘 위로를 받는다.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가 작곡의 핫타임이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도 살맛 나는 느낌을 주고 싶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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