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원리 / 스케이트◆
김연아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스케이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다른 스포츠처럼 스케이트에도 많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스케이트와 얼음은 모두 고체다. 일반적으로 고체 사이에는 마찰력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학설은 화학 시간에 배운 물의 상평형(相平衡ㆍphase equilibrium)을 통해 설명한다. 물은 온도와 압력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물 상태와 온도, 압력 관계를 나타낸 것이 `그림 2`다.
김연아의 체중이 43㎏이고,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닿는 부분이 2㎜×20㎝의 직사각형 모양이라고 가정하면 한 발로 미끄러질 때 얼음이 스케이트 날에서 받는 압력은 약 1053500㎩이다. 이를 기압으로 환산하면 약 10기압이고, 여기에 대기압을 더하면 11기압의 압력이 얼음에 가해진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 물은 11기압, 영하 3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김연아 1). 따라서 스케이트 날이 닿는 부분의 얼음이 일시적으로 녹아 수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스케이트가 얼음 위에서 잘 미끄러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기존 학설로는 온도가 더 낮을 때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림 2`를 보면 11기압, 영하 20도에서 물은 고체 상태가 된다(김연아 2). 위 이론대로라면 수막을 형성하지 못한다.
최근의 학설은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한다. 얼음 표면에는 얼음 내부와는 달리 자유로운 액체 형태 물분자층이 있다. 이 분자층의 물분자들은 결합이 약해 액체 상태 물 분자와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 분차층은 적게는 수 개, 많게는 수천 개의 분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러한 액체 형태의 물분자 수는 얼음 표면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온도가 낮을수록 액체 상태의 물분자 개수는 줄어든다.
하지만 영하 20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이러한 물분자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주 추운 날씨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이 외에도 스케이트가 미끄러지면서 스케이트 날과 얼음 사이의 마찰에 의한 열에 의해 얼음이 녹아 수막이 형성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어쨌든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는 이유는 스케이트 날과 얼음 사이에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재원 대성논술아카데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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