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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상)

FERRIMAN 2008. 4. 3. 09:33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상) 아프리카 중학생이 발견한 열역학 난제 2008년 04월 03일(목)

▲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학생이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것이었다. 
21세기 과학난제 “선생님, 왜 뜨거운 우유가 차가운 우유보다 빨리 얼어요?”

1963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엠펨바라는 중학생이 선생님을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엠펨바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습을 했다. 우유를 끓여 식힌 다음 설탕과 같은 아이스크림 재료와 섞어 냉동실에서 얼리도록 되어 있었다. 우유를 너무 뜨거운 상태로 넣으면 냉장고가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냉동실의 공간이 부족했던 탓에, 엠펨바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까봐 뜨거운 상태로 우유와 아이스크림의 다른 재료를 넣은 혼합물을 냉동실에 넣어버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다른 친구들의 것보다 자신의 것이 더 빨리 어는 것이었다.

이를 신기하게 생각한 엠펨바는 선생님을 찾아와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의 대답은, “네가 혹시 잘못 본 거 아니니? 그럴 리가 없는데. 네 것과 다른 애 것을 혼동한 게 아닐까?”

너만의 물리학이야!

하지만 엠펨바는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엠펨바는 선생님에게 계속 설명을 해달라고 끈질기게 졸랐고, 선생님은 뉴턴의 냉각 법칙을 끄집어냈다. 뉴턴은 시간에 따른 물체의 온도변화가 그 물체와 주위의 온도차에 비례한다는 법칙을 세웠다. 따라서 물의 온도가 주변 온도보다 높을수록 떨어지는데 더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이는 뉴턴의 법칙을 얘기하지 않고도 조금만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가령 70℃의 뜨거운 물과 30℃의 차가운 물이 얼려면 70℃인 물은 30℃까지 떨어진 다음 다시 더 아래 온도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30℃의 차가운 물이 70℃의 뜨거운 물보다 빨리 어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엠펨바는 대과학자인 뉴턴의 법칙과 상식에 위배되는 주장을 계속 펴나갔다. 급기야 선생님은 “내가 말한 수 있는 건, 그것은 엠펨바, 너의 물리학이지 보편적인 물리학이 아니라는 거야!”라고 말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펨바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우유와 물을 갖고 조금 더 체계적인 실험에 돌입했고 매번 같은 결과를 얻었다.

어느 날, 엠펨바의 학교에 근처 대학에 있는 물리학자인 데니스 오스본 교수가 찾아왔다. 엠펨바는 “왜 100℃의 물이 35℃의 물보다 빨리 어나요?” 하고 오스본 교수에게 물었다. 오스본 교수는 대학으로 돌아와 조교에게 엠펨바의 실험을 해보도록 했다. 그러자 조교도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주었다. 결과가 믿기 어려웠던 오스본 교수는 이후 자신이 직접 여러 차례 실험을 되풀이했다. 그런 다음 1969년 오스본 교수는 확신을 얻고 엠펨바와 함께 이 현상을 물리교육(Physics Education) 저널에 발표했다.

생각보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현상

▲ 2000여년 전,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은 이후 엠펨바 효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상식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엠펨바 효과가 얼토당토않은 문제라고 느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듣기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해버린다.

그러나 1969년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엠펨바 효과가 소개되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한 경험이 있다며 편지를 이 잡지사에 보내왔다.

예를 들어, 한 선생님이 보내온 편지에서는 자신의 학생이 엄마가 설거지 한 뜨거운 물을 길바닥에 버리면 뜨거운 물이 빨리 얼었다며 왜 그런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 겨울철 뜨거운 물이 흐르는 파이프가 차가운 물의 파이프보다 더 잘 언다는 건 잘 알려진 현상이라고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한편 엠펨바도 탄자니아의 아이스크림 제조 회사가 아이스크림을 빨리 만들기 위해 뜨거운 물이나 우유를 사용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도 엠펨바 효과가 사람들 사이에서 꽤 알려져 있었다. 캐나다 물리학자 조지 켈은 엠펨바와 오스본과는 별도로 같은 해에 엠펨바 효과를 발견하고선 미 물리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발표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얼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차를 닦지 말아야 하고, 스케이트장에 뜨거운 물을 부어야 빨리 스케이트장에 얼음이 생긴다는 얘기가 있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발견

아프리카의 한 중학생이 발견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실제로 엠펨바 효과는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기원전 350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저서인 <기상학>(Meteorologica)에 이런 글을 남겼다. “만약 물이 미리 데워지면 이로 인해 더 빨리 얼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현상을 서로 반대되는 현상, 즉 차가움과 뜨거움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갑작스런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차가운 곳에서 따뜻한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는 것과 같다는 식이다.

엠펨바 효과는 이후 중세시대 서양에서 여러 차례 증명을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17세기에는 근대 철학자의 대표주자인 프란시스 베이컨과 르네 데카르트가 엠펨바 효과에 관한 연구를 했었다. 이들은 엠펨바 효과에 대해서 실험적인 결과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직접 실험을 통해 엠펨바 효과를 보았다고 했다. 이렇게 엠펨바 효과는 생각보다 아주 오래 전에 발견되었고, 경험적으로도 엠펨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물리학과 열역학이 발전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엠펨바 효과가 잊혀졌다. 그러다가 아프리카의 한 소년인 엠펨바가 20세기에 되살려놓은 것이었다.
 
▲ 질 월커 교수의 실험. 색깔은 물의 양과 용기 크기, 주변 상황을 달리한 경우들이다. 분명한 것은 어는데 걸리는 시간이 온도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alker

엠펨바 효과가 재발견된 후, 다른 과학자들이 실험적으로 엠펨바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1977년, 라는 유명한 대학 일반 물리학 교재의 저자인 질 월커 교수가 엠펨바 효과에 대한 글을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에 게재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 조건에서 초기 물의 온도에 따라 어는데 걸리는 시간을 재는 실험을 했는데, 조건에 따라 물이 어는데 걸리는 시간이 제각기 다르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물의 양을 50밀리리터와 100밀리리터를, 다양한 초기 온도조건에 따라 어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고, 같은 50밀리리터라도 작은 비커에 담는지 큰 비커에 담는지에 따라 어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 실험은 물이 뉴턴의 냉각법칙대로 온도차가 클수록 어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일부 엠펨바 효과를 지지해주는 결과였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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