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교육이 허울뿐이고 내실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의해 또다시 드러난 대학의 실상은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갖게 한다. 형편없는 대학 경쟁력으로는 국제경쟁에서 낙오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IMD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82%) 순위를 55개 국가 중 4위로 매겼다. 최상위 수준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는 53위다. 말 그대로 꼴찌다.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을 대학교육이 못 따라간다는 얘기다.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지식과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대학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외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이 배출한 졸업생은 많지만 쓸 만한 인재가 적다는 게 기업들의 오랜 불만이다. 한 해 배출되는 공대 졸업생 수가 미국과 맞먹는 수준인 7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경총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을 재교육하는 데 1인당 평균 20.3개월 동안 6200만원을 들여야 한다. 대학교육만 제대로 되면 상당 부분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대학교육이 우위에 서지 않고선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대학교육을 확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인력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교육체제부터 정비해야 한다. 그 핵심은 특성화·전문화다.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해 우수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특성 없는 백화점식 대학운영으로는 만날 그 모양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갈지, 아니면 교육중심대학으로 갈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학 재학생들의 직업 적응능력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의 경우처럼 기업 요구에 따른 맞춤형·주문형 인재양성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
대학교육 혁신은 대학의 자각밖에는 길이 없다. 변화의 핵심 동력은 역시 교수다. 교수가 먼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