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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는 명칭은 남인도·스리랑카의 타밀어 ‘카리(kari)’에서 비롯됐다.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넣어 만든 스튜’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20여 가지 재료(코리안더·쿠민·강황·후추·계피가루·겨자·생강·마늘·박하 잎·칠리 페퍼·사프론·베이 잎·정향·육두구 등)를 섞어 만든 복합 향신료가 들어간다. 카레의 건강 효과도 이런 다양한 향신료의 합작품이다.
서양에서 카레는 노인에게 특히 이로운 식품으로 통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노망)의 예방·치료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에선 카레의 치매 예방 효과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적인 연구 결과가 없지만 정황 증거는 있다. 카레를 즐겨 먹는 인도인의 치매 발생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인도는 세계에서 치매 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다. 싱가포르 정부가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치매 검사에서도 카레를 즐기는 노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정신상태를 보였다.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에 많이 든 커큐민(노란색 색소 성분)을 치매 예방 성분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커큐민이 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해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플라크(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카레의 치매 예방·치료 효과는 아직 가설이다.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카레를 권할 만하다.
카레는 암 예방에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커큐민 덕분이다. 국내 연구진은 카레가 전립선암(삼성서울병원)·신경교아세포종(뇌종양의 일종, 건국대병원)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레스터대 의대 윌 스튜어트 교수는 아시아계 주민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레스터시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계는 2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아시아계 주민이 즐겨 먹는 카레 속에 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카레의 커큐민은 또 심부전 등 심장병 예방에도 유용한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드러났다(『임상조사저널』 2008년 2월). 그러나 심부전 환자나 심장병 고위험군이 커큐민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카레의 커큐민은 위산 분비를 억제·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포항공대). 위식도 역류, 위산 과다 등으로 속쓰림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카레를 추천할 만하다는 얘기다.
카레의 단점은 치아를 금세 노랗게 물들인다는 것. 카레를 먹은 뒤 설거지를 미루면 식기에 노란 색이 남는다. 치과 의사들이 카레 섭취 뒤 즉시 양치질을 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