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매일경제] 고집과 아집사이

FERRIMAN 2008. 8. 20. 08:58

 

  매경 인터넷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매경춘추] 고집과 아집 사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많은 CEO라는 자리는 절대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나는 그때마다 가수 시절에 저질렀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집과 아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음악을 하던 20대에 나는 록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고 할 만큼 록음악만을 고집했다. 음악 대선배 중 가수 최백호 씨가 있다. 그는 70~8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 가수였고 너무나 멋진 음색과 감성을 적시는 노랫말로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장르를 개척한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였다.

최백호 선배님은 긴 공백 끝에 90년대 초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을 들고 나왔다. 지금껏 쌓아온 그의 음악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트로트 장르여서 어리둥절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나는 "아니, 왜 선배님이 트로트를 하세요?"라며 따져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서 크게 화를 냈을 법도 한데 선배님은 특유의 희미한 웃음을 그저 씩 웃어 보였다.

그 후 십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가사와 너무나 색깔 있는 음색과 멜로디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아뿔싸! 바로 최백호 선배님의 그 노래였던 것이다. 순간 내 머릿속에 십 수년 전 최백호 선배님과 함께한 술자리가 떠올랐다.

트로트라 단정하며 '이상한 노래'로 낙인찍어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렸던 바로 그 노래가 십 수년 후에 내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달았다. 좁은 생각에 집착해 내 음악만을 내세우다 보석 같은 노래의 진가를 미처 알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 지식이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경험한 것만이 옳다고 여기며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간다. 적당한 고집은 소신이 되지만 지나친 고집은 아집이 된다. 자기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킬 줄 아는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내 것만을 주장하는 아집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의 단상을 쌓아야겠다.

[김태욱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8.08.19 18:00:59 입력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Copyright ⓒ 2007 매경인터넷(주) All Rights Reserved.